'히잡 공주' 라리, 네벨혼 쇼트 최하위…'무너진 평창의 꿈'
쇼트프로그램 21.63점으로 34명 가운데 '꼴찌'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히잡을 쓰고 은반에서 멋진 연기를 펼쳐 보이고 싶었던 '아라비아 공주'의 위대한 도전이 사실상 좌초됐다.
아랍에미리트(UAE) 출신의 피겨 여자 싱글 선수인 자흐라 라리(22)는 29일(한국시간) 독일 오버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7.97점에 예술점수(PCS) 13.66점을 합쳐 21.63점으로 34명의 선수 가운데 꼴찌에 머물렀다.
네벨혼 트로피는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 걸린 30장의 티켓 가운데 지난 4월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배분된 24장을 뺀 나머지 6장의 주인공을 결정하는 대회다.
이번 대회에 나선 선수 가운데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국가 출신은 쇼트프로그램 3위에 오른 독일의 나탈리 바인질러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독일을 뺀 나머지 34명(기권 1명 제외)의 선수들이 6장의 티켓을 놓고 경쟁에 나섰다.
첫날부터 뜨거운 연기 대결이 펼쳐진 가운데 팬들의 시선은 온몸을 가린 드레스와 히잡까지 착용해 '눈에 확 띈' 라리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라리는 지난 2월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여자 싱글에 출전해 총점 76.68의 성적으로 24명의 선수 가운데 18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그는 동계아시안게임 당시 연합뉴스 기자와 인터뷰에서 "꿈은 평창 올림픽에 나서는 것"이라며 "꿈이 이뤄지면 정말 근사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7개월이 흐르고, 라리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네벨혼 트로피 무대에 당당히 섰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히잡을 두르고 피겨 연기를 펼치는 라리는 34명의 출전선수 가운데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29번째로 은반에 섰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안타까웠다. 첫 번째 점프로 시도한 트리플 루프는 2회전도 못 채우고 양발로 착지했고, 이어서 뛰어오른 트리플 살코 역시 1회전에 양발 착지였을 뿐만 아니라 더블 악셀마저 회전수를 채우지 못하고 두 발로 착지하며 제대로 점수를 쌓지 못했다.
결국 라리는 쇼트프로그램에서 21.63점에 그치면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라리는 평창행 티켓 마지노선이 된 7위 이사도라 윌리엄스(53.44점)와 점수 차가 무려 31.81점이나 벌어져 30일 예정된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은 사실상 불가능해 '평창의 꿈'도 접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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