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섬'·'캠프파이어'…교과서 속 외국어 걸러낸다
교육부, 순화대상 표현 322개 선정…새 교과서에 적용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실린 외국어와 일본어 투 표현이 우리 말로 바뀐다.
교육부는 내년에 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이 쓸 새 교과서를 만들면서 외국어와 한자어를 줄이기로 하고 정책연구를 바탕으로 322개 순화대상 단어 목록을 만들었다고 7일 밝혔다.
수업과 교과서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올해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초등학교 3∼4학년, 2019학년도에는 초등학교 5∼6학년이 새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현재 쓰는 교과서에는 외국어를 그대로 옮긴 표현이 적지 않은데 이런 표현을 되도록 우리 말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 30쪽에는 '나이프'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정책연구진은 국어에서 '칼'이 물건을 베거나 썰거나 깎는 데 쓰는 도구를 가리키기 때문에 잼을 바르는 용도를 설명하고자 교과서에는 '나이프'라는 영어식 표현을 그대로 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칼'이라는 단어를 써도 이야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며 "(칼이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되면) '주걱 칼'을 써도 괜찮다"고 제안했다.
교육부는 현재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다양한 외국어 가운데 '게스트'는 '손님'으로, '그린벨트'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밸런스'는 '균형'으로, '캠프파이어'는 '모닥불 놀이'로 순화하기로 했다.
'캠핑'은 '야영', '핸섬하다'는 '잘생겼다' '헬멧'은 '안전모'로 다듬는다.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에서 온 표현도 함께 다듬는다.
예를 들면 5학년 도덕 교과서 154쪽을 보면 종이를 자르는 것을 설명하며 "가운데 '절취선'을 잘라줍니다"라는 문장을 썼다.
정책연구진은 절취선(切取線·きりとりせん)이 일본식 표현이므로 '자르는 선'이나 '자름선'으로 반드시 순화해서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본어에서 온 표현 가운데 '매장'은 '가게'로, '지불하다'는 '치르다'로, '사료'는 '먹이'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자를 바탕으로 한 전문용어 등 '학습용어'는 한꺼번에 다듬기가 쉽지 않고 그 과정에서 뜻이 바뀔 수 있어 이번 순화어 목록에는 주로 일상생활 용어가 들어갔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연구와 표기·표현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새 교과서가 우리 말을 더 잘 살릴 수 있도록 순화어 목록을 만들었다"며 "특히 초등학교 때는 초등학생의 발달 상황에 맞게 한자어 등의 표현을 우리 말로 다듬어 쓰도록 했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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