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세요] 치열한 두뇌싸움…빙판 위의 체스 컬링
운동능력에 두뇌·심리전, 예의까지 중요시하는 스포츠
얼음판에 돌 굴려 과녁 맞추기…미세한 조절 관건
평창올림픽서 한국 최초 메달 기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컬링(curling)이 생소한 스포츠일 수는 있지만, 경기 모습만 보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언뜻 구슬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빗자루로 열심히 바닥 청소를 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컬링은 브룸(broom) 혹은 브러시(brush) 등 빗자루의 뜻을 가진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런 첫인상이 꼭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컬링은 스케이트나 아이스하키 등 다른 빙상 종목과 달리 촌각을 다투거나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경기 모습을 보고 '일상'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컬링도 알고 보면 상당한 운동능력을 요구하는 스포츠다.
이에 더해 두뇌·심리 싸움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흔히 컬링을 '얼음 위의 체스'라고 한다.
양 팀이 말(돌)을 번갈아 두면서 상대와 영토 싸움을 하고, 그 과정에서 전략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체스와 컬링은 닮았다.
중세 스코틀랜드에서 유래해 북미·북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했기에 체스와 자주 비교되지만, 아시아의 바둑과 닮은 점도 많다.
돌은 놓기 전에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하고, 예의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컬링을 '얼음 위의 바둑'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컬링은 기본적으로 두 팀이 빙판 위에 그려진 표적판(하우스)에 약 20㎏ 무게의 돌(스톤)을 누가 더 가깝게 붙이느냐로 승부를 정한다.
한 경기는 10엔드(End)로 이뤄진다. 이는 남녀 4인조 일반 경기 기준이며, 믹스더블(혼성 2인조)은 8엔드까지만 진행한다.
각 팀은 한 엔드에 총 8개(믹스더블은 팀당 총 6개)의 스톤을 던진다.
양 팀이 번갈아가며 투구하며, 한 팀에서는 보통 리드, 세컨드, 서드, 스킵(주장) 순서로 선수당 1개씩 두 번 던지면 한 엔드가 끝난다.
하우스 중앙의 가장 작은 원(버튼)에 스톤을 가장 가깝게 놓은 팀이 해당 엔드의 승자가 돼 점수를 얻는다.
상대 팀 스톤보다 버튼에 가까이 놓인 스톤의 수만큼 점수를 받는다.
과녁을 맞힌다는 점에서 컬링은 양궁이나 볼링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톤이 과녁으로 향하는 길을 선수들이 일일이 만든다는 게 다르다.
투구자가 스톤을 손에서 놓으면, 두 명의 선수가 스톤 주위를 빗질(스위핑)하며 스톤의 활주 궤도를 만든다.
스위핑은 경기 시작 전 빙판에 뿌려져 작게 얼어붙은 얼음 입자(페블)를 닦아내 스톤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작업이다.
페블을 얼마나 많이 닦느냐에 따라 스톤의 활주 거리와 속도, 휘어짐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컬링은 얼음 위에서 하는 종목 중 빙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 미세한 차이를 활용해 득점에 유리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작전과 전략, 심리전이 작용한다.
또 스톤이 워낙 예민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실수'도 잘 다스려야 한다.
실수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갖춰야 승리 가능성이 커진다. 선수들은 경기 중 한 번 정신이 흔들리면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한 명이 흔들리면 팀 전체가 동요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선수 각자가 정신력을 키워놔야 한다.
끈끈한 팀워크와 조직력도 필수다.
체력과 지구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번 경기에 나서면 빙판 위를 33㎞ 이상 이동할 각오를 해야 한다.
컬링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다.
한국 컬링이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2014년 소치 대회가 처음이었다. 당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첫 올림픽에서 3승 6패로 10개 팀 가운데 8위를 차지하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구성원 간의 화합과 협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컬링은 개인을 선발해 대표팀을 꾸리는 게 아니라 팀 자체를 대표팀으로 선발한다.
소치 올림픽 때는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경북체육회가 남자팀, 여자팀, 믹스더블까지 전 종목 대표팀을 배출했다.
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리는 내년 평창 대회에서 한국 최초의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장은 강릉컬링센터다. 강릉컬링센터는 관중석이 있는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 경기장이다.
하지만 강릉컬링센터는 평창 올림픽 후 사라진다. 강릉 다목적체육관의 나무 바닥 위에 얼음과 제반 시설을 설치해 마련한 이 경기장은 대회 후 다시 나무 바닥 체육관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