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깜깜이 채용, 연봉도 채용인원도 공개 안 해
매년 100대1 경쟁률 자랑…실제 경쟁률은 절반 수준
"다른 회사랑 비교 될까 공개 안 해"…지원자들만 답답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박의래 기자 = 금융권은 많은 취업준비생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일자리 시장에서 그야말로 공급(취업준비생)이 수요(금융사)를 압도하는 수요자 우위 시장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사들이 과도하게 취업 관련 정보를 숨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야말로 '깜깜이' 채용을 하는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약 1천700명을 뽑는다.
그러나 이들 은행 중 채용 공고에 공식적으로 연봉을 공개한 곳은 없다.
공공 금융기관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신입사원 초임을 공개하지만, 민간 회사들은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신입사원 연봉이 각각 4천800만∼5천만원(군필자 기준), 4천900만∼5천500만원, 4천800만원 수준, 5천100만원 수준, 4천500만원 수준(군미필 기준, 수당 제외금액)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한국무역보험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작년도 신입사원 연봉은 작년 기준 각각 4천640만원, 4천620만원, 4천570만원, 4천240만원, 4천220만원, 3천990만원, 3천980만원, 3천900만원 수준이라고 공개하고 있다.
카드사나 보험사 등 다른 민간 금융사들도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없다.
다만 취재 결과 코리안리가 6천500만원(남자 기준), 삼성화재 4천500만원(성과급 제외금액), 동부화재 5천149만원, 현대해상 5천400만원 수준이었다.
카드사는 삼성·롯데·현대 3사가 각각 4천500만원, 4천400만, 4천500만원으로 비슷했다. 다른 회사들은 공개를 거부했다.
또 전체 채용 인원은 공개하더라도 분야별 채용 인원은 00명 식으로만 밝힌다.
전체 지원자가 몇 명인지도 제대로 밝히지 않아 취업 경쟁률을 알기도 어렵다.
은행들은 해마다 전체 경쟁률이 '100대 1' 정도라고 두루뭉술하게 밝히지만, 취재결과 올해 은행권 경쟁률은 40대 1에서 높게는 약 62.5대 1 정도로 계산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연봉의 경우 직종이나 신입 직원 상황, 회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분야별 채용 규모도 지원자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회사들과 비교될 수 있어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 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돈을 적게 준다고 알려지면 그만큼 지원자가 적게 올까 봐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경쟁률도 다른 은행들과 비교되는 것이 싫어서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취업준비생은 "회사들은 불필요한 지원자 정보까지 다 요구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지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들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정보 비대칭성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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