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소액주주 뭉쳤다 '바위처럼'
셀트리온 소액주주들 '코스피 이전상장' 이뤄내
전국상장법인 소액주주 연합행동 연대 결성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만은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상장을 맡을 주관사 후보에서 제외해 주십시오."(셀트리온 소액주주)
"주주들의 요청이 있으니 두 곳은 빼겠습니다."(김형기 셀트리온 사장)
지난달 2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의 한 장면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져 메아리 없는 함성에 그치던 소액주주운동이 조직을 갖춰 한 데 뭉치면서 의미 있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대장주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들이 대표적이다.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들은 인터넷 주식 종목 토론 게시판에서 뜻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해 결국 주주총회를 여는 데 성공했고, 코스피 이전상장까지 결의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어 특정 증권사를 주관사 선정에서 배제해달라는 구체적인 요구까지 관철했다.
셀트리온의 주주들은 셀트리온이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탓에 제대로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주주들은 앞서 언급한 두 증권사가 공매도 창구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어 주관사 선정 배제를 요구했다.
셀트리온은 두 증권사가 실제로 공매도 창구로 이용됐는지 등 사실관계를 떠나 주주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연예기획사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의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 교체 작업을 위한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은 2013년 이후 영업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까지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회사 측은 경영 위기 타개책의 하나로 감자를 결정했지만, 소액주주들은 최근 사측의 감자 결정에 반발해 '소액주주연대'를 결성하고 경영 정상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반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는데도 회사 측이 무상감자를 단행하겠다고 한다"며 "경영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경영진을 교체하고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소액주주연대유한책임회사(가칭)를 설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경영에 반발한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며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법인 설립에 동의하는 소액주주 지분을 이미 15% 이상 확보했다"며 "설령 회사 측이 주총 개최를 반대한다 해도 법원 소송 등을 통해 반드시 주총을 열고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소액주주들이 뭉친 단체도 결성됐다.
유가증권시장 소형주 태양금속[004100]의 소액주주들은 최근 동양그룹, 금호타이어 등의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전국상장법인 소액주주연합행동 연대'(전소연)를 결성했다.
전소연은 종목별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단체 행동을 하면서 상장사의 회계감사인을 외부에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금속 소액주주운동을 이끌다 단체를 결성한 노회현 전소연 회장은 "소액주주들이 기존에는 정말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었다. 주주로서 사측한테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는 주주들이 많았다"며 "전소연이 결성된다는 소식에 너무나 많은 기업의 주주들이 연락해와 놀랐다"고 전했다.
노 회장은 자신이 주주로 있는 태양금속의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사측이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주주가 직접 나선 사례로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예탁결제원에 주주명부를 폐쇄하고, 주총 장소를 정하고 신문에 광고를 내기까지 회사가 아닌 주주가 직접 이런 절차를 밟는 경우는 별로 없다더라"며 "회사가 법원 명령을 어기고 주총 개최에 미온적이지만 직접 주총을 열고 주주 친화정책을 시행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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