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없어 '반장' 없앴어요"…도시마다 통·반장 구인난
부천시, 반장직 폐지…성남시도 폐지 검토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경기도 부천시는 36개 동에 693개 '통'과 그 아래 4천980개 '반'이 있다.
대부분 지자체는 통·반 설치조례에 따라 주민들 가운데 통장과 반장을 위촉하고 있다. 이들은 동사무소 직원들의 각종 업무를 현장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부천시는 올해 초 조례를 개정해 '반장'직을 없앴다.
통장은 전입신고 확인서 등 어느 정도 역할이 있지만, 반장은 통장의 일부 업무를 도와줄 뿐 뚜렷한 역할이 없기 때문이다.
반장을 폐지한 더 큰 이유는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다.
부천시에서 현재 활동 중인 통장은 정원의 96.8%인 671명이다. 하지만 반장 위촉률은 폐직 직전에 42.7%에 불과했다. 4천980개 반 중 2천128개 반에만 반장이 있었다.
주민들이 반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활동도 거의 없는 데다가 활동비라고 해야 연간 5만원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통장은 매월 20만원의 활동비와 각종 회의 수당을 받는다.
부천시 관계자는 "각 동사무소에서 통장도 요즘은 위촉하기 힘든데 반장은 구인난이 더 심한데다 직책도 유명무실해 아예 반장직을 없애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시 지역도 마찬가지다.
42개 동에 1천557개 통과 7천141개 반이 있는 수원시도 통장은 92.0%(1천433명)가 위촉됐지만, 반장은 35%인 2천500여명에 불과하다.
성남시 역시 50개 동의 1천340개 통, 8천64개 반 중 통장은 93.3%(1천250명) 위촉됐으나 반장은 51.6%(4천159명)만이 활동하고 있다.
성남시도 통장도 그렇지만 반장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부천시와 마찬가지로 관련 조례를 개정해 '반장'을 없애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통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9%가 반장직을 없애는데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별로 할 일이 없고 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농촌 지역은 도시와 다소 사정이 다르다. 이장과 반장이 대부분 위촉돼 있다.
연천군의 경우 96개 리의 이장이 모두 위촉된 상태이고, 616개 반의 반장도 대부분 활동하고 있다.
양평군도 271개 리의 이장이 모두 있고, 802개 반의 반장도 거의 위촉돼 있다.
도시지역 지자체 관계자들은 "한 도시 내에서도 아파트 단지 등 활동 반경이 넓지 않은 곳은 통장이나 반장 구하기가 그나마 쉽다"며 "하지만 단독주택 지역이나 빌라 밀집지역, 활동 구역이 넓은 지역 등에서는 통·반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요즘 도시지역 통장이나 반장이 대부분 여성이 맡고 있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풍경이다.
현재 수원시 통장의 86%, 성남시 통장의 90%, 부천시 통장의 70%가 여성이다. 그러나 연천 등 농촌 지역은 여전히 이장과 반장 대부분을 남성이 맡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도시지역의 경우 남성들이 대부분 직장 생활을 해서 낮에 수시로 회의를 하거나 시정 안내문 등을 각 가정에 배포해야 하는 통·반장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여성이 대부분 통·반장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통·반장들이 없으면 동사무소 직원들이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자세한 어려움 등을 파악하기도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라며 "10여년 전에 정해진 통·반장들의 현재 활동비를 인상해 주는 등 중앙정부가 나서 통·반장들의 활동 여건을 개선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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