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생도 수능 아랍어 쏠림 현상…전공 불문 5명중 1명 선택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외국어고 학생 5명 가운데 1명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자신의 전공이나 부전공 언어가 아닌 아랍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철규(자유한국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치러진 2017학년도 수능에서 제2외국어/한문영역에 응시한 외고생은 모두 5천438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자신이 전공(영어 전공자는 부전공)한 언어로 시험 본 학생은 4천93명이었다.
나머지 1천345명(24.7%)은 전공 언어와 제2외국어/한문영역 응시과목이 일치하지 않았다.
특히 전공어와 응시과목이 일치하지 않는 학생들 가운데 1천175명(87.4%)은 아랍어를 제2외국어/한문영역 응시과목으로 선택했다.
수능제2외국어/한문영역을 치른 외고생의 21.6%에 해당한다. 5명 가운데 1명꼴로 전공과 상관없이 아랍어를 택한 셈이다.
전공어와 수능 제2외국어 응시과목이 일치하지 않는 학생 비율을 학교별로 살펴보면 경남외고가 81.6%로 가장 높았다. 수능 아랍어 응시자도 131명으로 경남외고가 가장 많았다.
부산외고와 부일외고는 각각 82명과 80명이 아랍어를 택했고, 대구외고는 70명, 고양외고는 69명, 한영외고는 67명이 아랍어 시험을 치렀다.
이런 아랍어 쏠림 현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17학년도 수능에서 제2외국어/한문 영역 응시자의 71.1%가 아랍어에 응시했다.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거의 없다 보니 조금만 공부하면 쉽게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 실제로 아랍어과가 있는 곳은 울산외고 한 곳뿐이다.
지난해 3월 꾸려진 수능개선위원회는 이런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것을 우려해 제2외국어/한문영역의 절대평가 전환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정부가 전면 절대평가를 추진하려다 각계의 반발에 부딪혀 개편안 발표를 1년 뒤로 미루는 바람에 제2외국어/한문영역도 상대평가로 남은 상황이다.
이철규 의원은 "외고 학생들이 3년간 학교에서 배운 전공 언어를 포기하고 학교에 개설돼 있지도 않은 아랍어 시험에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며 "외고가 입시를 위한 학교가 아니라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