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미사일 요격않는 진짜 이유…"실패할 가능성 크기 때문"
"완벽한 사전정보 있어야 요격…실패땐 동맹국 신뢰붕괴도 우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잇따르고 있지만, 미국이 이를 요격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바로 요격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중미연구소(ICAS)의 핵무기 정책 전문가 윌 새트런은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새트런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달 29일과 이달 15일 일본 상공을 지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함에 따라, 미국이 왜 일본에 배치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활용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해야 않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 15일 발사 때는 미국이 하루 전에 북한의 연료 주입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요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커진다.
현재 일본은 저고도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고성능 패트리엇 포대와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에 탑재한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SM-3)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 주둔한 미군도 육상과 해상에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배치했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지날 때는 이미 미 함정의 이지스 요격미사일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보다 몇백 ㎞ 위로 올라간 상태이다. 한국과 괌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일본 패트리엇 포대의 요격 범위에서도 벗어난다.
유일하게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이지스함이 북한 연안까지 근접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마자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과 장소, 미사일 비행 궤적과 타격 목표 등 모든 사전정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요격미사일이 북한 미사일을 정확하게 겨냥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요격에 성공할 지도 미지수다.
미 국방성은 요격미사일 테스트 결과를 기술한 2016년 보고서에서 요격미사일이 사정거리 1천㎞ 이내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상당한 요격 능력을 발휘했지만, 1천∼4천㎞ 중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제한된' 요격 능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요격 테스트는 발사되는 미사일에 대한 거의 모든 사전정보가 주어진 상태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 실제 미사일 요격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이러한 테스트는 '유인용 가짜 탄두'(decoy) 등 요격미사일을 피하고자 적국이 사용하는 기술은 전혀 가정하지 않은 채 실시되므로, 그 현실 적용 능력은 더욱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동맹국들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퍼뜨려 왔다는 점에서 미사일 요격 실패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에 대한 동맹국들의 믿음이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윌 새트런은 "미 국방성이 표현한 대로 요격미사일은 '총알로 총알을 맞히는' 불완전한 과학"이라며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실제로 적용하려고 했다가 실패하면 미국은 동화 속에 나오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꼴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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