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MBC 자료 달라' 방통위에 제출 연기 요청할듯
'이사회 의결' 이유…방통위 감독권 행사 차질 예상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오는 29일까지 MBC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방문진이 자료 제출 기한을 미뤄달라는 요청을 할 계획이다.
방문진 사무처 관계자는 28일 "자료 제출 등과 같은 중요한 사안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임시 이사회 개최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의치 않으면 29일 방통위에 자료 제출 기한을 연기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21일 방문진법과 방통위 소관 비영리법인 설립·감독에 관한 규정 등에 의거해 2012년부터 현재까지 ▲ 방문진 일반 현황 ▲ MBC 경영에 대한 관리와 감독 ▲ 방문진 사무 집행 ▲ 자체규정, 지침, 회의록, 속기록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KBS와 MBC 노조의 파업으로 방송 송신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빨리 해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방통위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왔다"고 밝혀 파업에 개입할 뜻을 시사한 바 있다.
방통위가 요청한 자료 가운데는 MBC 소송현황과 소송비용 지급 내역이 담긴 MBC 결산승인 자료, MBC 노사 단체협약 관련 자료, MBC 사장 추천 및 해임 관련 자료 등도 포함돼있다.
방문진 이사회에서 자료 제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 야권 측 이사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의 현 여권 추천 이사인 유기철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에 최대한 자료를 늦게 넘기기 위해 이러한 계획을 세운 것"이라며 "다수 이사(현 야권측 이사) 사이에서는 방통위의 자료 제출 요청이 적법한지 행정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들이 추후 회의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의결을 했다고 해도 법적 효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방통위는 기존에도 방문진을 통해 MBC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이에 응했던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문진이 방통위에 자료 제출 연기 공문을 발송하면 관련한 문제는 차기 정기 이사회가 열리는 다음 달 11일에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방문진의 자료 제출이 미뤄진다면 방문진을 상대로 감독권을 행사해 MBC 파업 사태에 실마리를 찾겠다는 방통위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방문진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검사·감독을 방해하는 경우 민법 제 97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방문진이 자료 제출을 거부해도 이를 강제 이행할 마땅한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방통위는 이인호 KBS 이사장과 방통위 측의 회동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회동이 성사되면 KBS 파업 상황과 이를 해결할 방안 등을 찾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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