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비판 언론' 국장·CEO 투옥 또 연장…1년간 구속 재판
'언론자유 시험대' 줌후리예트 3차 공판…1명은 석방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법원이 대표적인 '비판 언론'의 베테랑 기자와 최고경영자(CEO)의 투옥을 또다시 연장했다.
이스탄불법원은 25일(현지시간) 일간지 줌후리예트의 무라트 사분주 편집국장과 아큰 아탈라이 CEO 등 이 신문사 임직원 4명의 불구속 재판 신청을 기각했다.
구속 상태로 이날 법정에 출석한 임직원 5명 가운데 카드리 귀르셀만 석방돼 가족을 만났다. 투옥된 지 330일 만이다.
사분주 국장과 아탈라이 CEO는 다음 공판까지 투옥 기간이 1년을 넘기게 됐다.
터키 경찰은 작년 10월말부터 사분주 국장 등 17명을 잇달아 연행·구금하고, 국외 도피 중인 잔 뒨다르 전 편집국장을 포함해 19명을 '펫훌라흐주의 테러조직'(FETO)과 '쿠르드노동자당'(PKK) 협력 혐의로 기소했다.
FETO는 터키정부가 작년 7월 쿠데타 모의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추종조직을 가리킨다.
터키 당국은 이들이 FETO 또는 PKK에 가입한 전력을 확인하지 못하자, 테러조직을 도왔다는 죄목을 붙였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FETO 회원으로부터 전화·문자를 받았다거나, 그들이 운영하는 업체를 이용한 기록 등이다.
석방된 귀르셀은 법원 앞에서 취재진에게 "줌후리예트 임직원은 부당하고 근거 없는 혐의로 투옥됐다"고 항변했다.
올해 7월 이후 세 차례 공판을 거치며 귀르셀을 포함해 13명이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이날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과 제2야당 '인민민주당'(HDP) 소속 의원 20여 명이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법정 밖에서는 줌후리예트 직원과 언론활동가들이 전원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줌후리예트는 터키공화국 초기에 창간된 세속주의 성향 신문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AKP) 비판에 앞장섰다.
야권과 국외에서는 이번 재판을 터키 언론자유의 심판대 또는 리트머스지로 여긴다.
줌후리예트 기자 A씨는 연합뉴스에 "혐의를 입증할 변변한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 판결을 예상한다"면서 "당국도 그것을 알기에 이례적으로 재판의 시간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은 첫 구금으로부터 만 1년을 넘긴 다음달 31일 속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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