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감천·다대포항 방파제 붕괴…설계한도 넘어선 파도 탓
대한토목학회 원인조사 10개월 만에 결론…"이상기후 대비 설계 강화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지난해 10월 한반도 남부를 강타한 태풍 차바 때 부산 감천항과 다대포항의 방파제가 무너진 것은 설계 한도를 넘은 강력한 파도 때문으로 결론 났다.
대한토목학회 태풍피해 원인 규명 조사위원회는 26일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토목회관 내 부산·울산지회에서 방파제 붕괴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토목학회는 해양수산부 의뢰를 받아 조사위를 구성, 현장조사와 각종 수치·수리모형 시험을 하고 국내외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등 10개월에 걸쳐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천항의 경우 태풍 차바의 내습으로 바닷물 수위가 설계치 보다 86㎝나 높아졌고 이로 인해 최고 12m가 넘는 파도가 방파제를 덮쳐 월파를 막기 위해 세운 상부의 구조물(파라펫)을 먼저 넘어뜨렸다.
이어 연쇄적으로 파라펫 아래 사석이 침하하고 그 여파로 하단부를 이루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케이슨까지 파손됐다.
토목학회는 감천항 동방파제와 서방파제 사이에서 발생하는 반사작용으로 급격하게 높아진 파도가 해당 구간에 집중돼 피해가 커졌다고 밝혔다.
다대포항에서는 설계 한도를 넘어선 높은 파도에 방파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테트라포드가 유실되는 바람에 방파제가 그대로 노출돼 상단 부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 방파제의 설계 파고는 3.3m인데 태풍 차바 때는 5.68m 높이의 파도가 밀어닥쳐 개당 무게가 5t에 이르는 테트라포드도 버티지 못했다고 토목학회는 설명했다.
토목학회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파도가 높아지는 등 항만시설물 안전에 영향을 주는 파고와 조위가 설계치 보다 높아지는 만큼 피해 재발을 막으려면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역별로 파랑을 상시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설계 때 자연현상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수리모형실험을 의무화할 것도 제안했다.
해양수산부 부산항건설사무소는 우선 감천항과 다대포항에 상시 파랑관측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항만 바깥 해역에 관측장비를, 항만 입구에는 파랑관측용 CCTV를 각각 설치할 예정이다.
또 무너진 방파제에 대해서는 토목학회의 원인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말까지 재설계한 뒤 내년 상반기에 항구적인 복구공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재설계 과정에서는 원인조사 결과를 반영해 파고와 바닷물 수위 등을 재산정하고 수리모형 실험 등을 거쳐 한층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하겠다고 부산항건설사무소는 밝혔다.
태풍 차바 내습으로 감천항 서방파제 680m 가운데 380m, 동방파제 350m 가운데 150m가량이 무너졌다. 감천항 방파제는 기존 방파제가 낮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보강 공사가 이뤄졌다.
다대포항의 동방파제는 300m 가운데 260m, 서방파제는 700m 가운데 180m가 무너졌다. 이 방파제는 2010년부터 1천44억원을 들여 2015년 12월에 준공했다.
두 방파제 모두 준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붕괴한 탓에 설계와 시공이 부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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