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전몰자 추모하는 '양귀비꽃 문양' 제재 완화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이 영국연방 4개 축구협회(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들이 A매치 때 제1차 세계대전 전몰자 추모의 상징인 양귀비꽃 문양 암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5일(한국시간) "FIFA가 오는 11월 예정된 잉글랜드와 독일의 친선전에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이 양귀비꽃 문양이 담긴 암밴드를 착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잉글랜드와 친선전을 치르는 독일 축구협회도 잉글랜드 대표팀이 양귀비꽃 문양의 암밴드 착용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잉글랜드 대표팀은 양귀비꽃 문양이 새겨진 암밴드나 유니폼을 착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FIFA가 이런 조치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영국연방 4개 축구협회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을 치르면서 대표팀 선수들이 양귀비꽃 문양의 암밴드를 착용하고 경기를 치른 것에 대해 거액의 벌금을 물리고 난 후 엄청난 비난 여론에 휩싸여서다.
FIFA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물론 관중들이 정치나 종교적 상징을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FIFA는 지난해 잉글랜드축구협회에 4만5천 스위스프랑(약 5천250만원),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축구협회에 2만 스위스프랑(약 2천330만원), 북아일랜드 축구협회에 1만5천 스위스프랑(약 1천750만원)의 벌금 처분을 내렸다.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전몰자를 추모하는 종전 기념일이다. 영국 국민은 전몰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양귀비꽃 모양의 장식물을 옷에 달고 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도 양귀비꽃 문양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른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영국연방 4개 축구협회는 FIFA에 '양귀비꽃 문양 추모장식' 사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선수들은 양귀비꽃 문양의 암밴드를 착용하고 경기를 치렀고, 북아일랜드와 웨일스 선수들은 양귀비꽃 문양이 빠진 검은색 암밴드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결국, FIFA는 이들 축구협회에 벌금을 부과했지만 강한 비난 여론에 부딪혔고, 결국 '정치적 종교적 상징물'의 규제 범위를 좁히면서 양귀비꽃 문양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향으로 규정 개정에 나서게 됐다.
hor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