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전원 해외파'…K리그와 '상생' 약속 지켰다
한국 축구대표팀 역사상 해외파로만 꾸리기는 처음
두 차례 조기소집 협조해준 K리그에 대한 '배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이번 10월 유럽 원정은 K리그와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 뽑았던 해외파 선수에게는 기회이고, K리거들은 긴장감을 느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25일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나서 K리거를 한 명도 뽑지 않은 점과 관련해 '상생'을 강조했다.
이번 소집 대상자 23명 중 국내 K리거는 단 한 명도 없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란전(8월 31일), 우즈베키스탄전(9월 5일) 때 소집 선수 26명 중 11명을 차지했던 K리거를 차출하지 않은 것이다.
역대 축구대표팀 소집 명단에서 K리거가 빠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의 인재풀이 넓어진 면이 있지만, 신태용 감독이 그동안 대표팀을 도와준 K리그를 배려한 측면이 강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은 올해에만 두 차례 대표팀 조기소집에 협조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6월 14일)을 앞두고는 보름 일찍 대표팀을 소집할 수 있도록 소속팀 선수들의 조기 차출에 응했다.
이어 이란전, 우즈베크전을 앞두고도 정규리그 라운드를 취소하면서까지 1주일 앞당겨 대표팀이 담금질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신 감독은 앞서 "K리그가 대표팀을 위해 많이 희생한 것으로 안다"면서 "유럽 원정에선 상생의 길을 위해 K리거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로연맹도 신 감독의 말을 믿고 경기 일정을 조정하면서 상·하위 스플릿 팀이 확정되는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를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인 10월 8일로 배치했다.
K리그 클래식 팀들로선 이번 유럽 원정 대표팀에 소속 선수를 내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상위 스플릿의 마지노선인 6위에 걸쳐있는 강원FC와 2위 제주에 승점 3점 차로 쫓기는 선두 전북,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보장되는 3위 자리를 노리는 수원 모두 33라운드에 전력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호곤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두 차례나 프로 구단들이 대표팀 조기소집에 협조해준 만큼 이번은 대표팀이 양보할 차례"라면서 "그래야 다음에 꼭 필요할 때 프로연맹과 K리그 구단들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도 대표팀 전력이 1기 때보다 다소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그동안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해외파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K리그 있는 선수들은 긴장할 것으로 본다.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을 바탕으로 서로 힘을 내는 것이 대표팀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hil881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