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찾는 중국인 늘어난다…소프트파워 강화 노리나
中 취푸 공자 유적 답사기…시진핑 中주석 방문 이후 관심 증가
(취푸<중국>=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국에서 스승의 날인 9월 10일을 하루 앞둔 9일 아침, 중국 산둥(山東)성 취푸(曲阜)는 각지에서 몰려온 중국인으로 북적였다.
중국 국무원이 선정한 역사문화도시 중 한 곳인 취푸는 주나라 노국(魯國)의 도읍이자 공자(孔子·기원전 551∼기원전 479)의 고향이다. 취푸에는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공자 유적, 이른바 '삼공'(三孔)이 있다.
'삼공'은 공자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공묘'(孔廟), 공자의 후손들이 살았던 주거 공간인 '공부'(孔府), 공자와 후손들의 무덤이 모여 있는 '공림'(孔林)으로 구성된다. 취푸를 처음 찾은 사람은 십중팔구 '삼공'을 들른다.
공자는 약 2천500년 전에 출생한 중국 학자다. 본명이 공구(孔丘)인 그는 하급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다. 공자의 부모는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가 아니었던 터라 그의 신분은 높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공자는 꾸준히 공부해 높은 학식과 덕망을 얻었다. 주나라의 예법을 중시한 공자는 인(仁)에 바탕을 둔 정치를 펴고자 했으나, 여러 나라가 정복전쟁을 벌인 춘추전국시대에 그의 말에 귀 기울인 권력자는 많지 않았다.
공자의 학문적·정치적 영향력은 오히려 사후에 커졌다. 공자가 토대를 놓은 유가는 불교와 함께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이자 종교가 됐다. 현대에도 공자는 소크라테스, 부처, 예수와 함께 4대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성인 반열에 오른 공자의 위세는 공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명나라 때 대대적으로 중건된 공묘는 자그마한 궁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넓다. 면적이 13만3천㎡로, 현재 덕수궁의 두 배에 달한다.
공묘의 배치는 향교와 서원의 전형적인 건축 양식인 전학후묘(前學後廟)를 따른다. 전학후묘는 앞쪽에는 교육을 위한 공간, 뒤쪽에는 제향 공간을 두는 것을 지칭한다. 평지에 조성된 공묘는 주요 문과 건축물이 일직선상에 있고, 건물의 규모 또한 크다.
세 개의 석문을 통과하고 또다시 세 개의 문을 지나면 제왕이 하사한 책을 보관하는 규문각(奎文閣)이 있고, 그 너머에 공묘의 정전인 대성전(大成殿)이 위치한다. 노란색 기와지붕을 얹은 대성전은 길이가 45.6m인 9칸 건물로, 그 앞에는 공자가 제자들에게 학문을 가르쳤다는 행단(杏壇)이 있다.
인파 속에서 공묘의 역사적 의미와 건물별 특징에 관해 설명한 쿵얀(孔岩) 씨는 "명절이나 연휴 때면 '삼공'을 찾는 사람이 특히 많다"며 "중국에는 최근 유가 사상을 공부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고 강조했다.
쿵 씨에게 지난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푸를 방문한 뒤 변화가 있는지 묻자 "방문객이 많이 증가했다"며 "지금은 '삼공'을 찾는 사람이 한 해에 400만 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진행한 한중언론교류 프로그램에 동행한 중국 신화사 관계자는 "취푸에 온 것은 처음인데, '삼공'을 둘러보니 중국에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중국에서는 최근 부모가 아이들에게 공자 사상을 담은 고전인 논어를 가르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공자를 이처럼 존경하고 숭상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공자는 중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위상이 달라졌는데, 공산당이 집권한 현대에 들어서는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에 밀려 몰락했다.
더군다나 마오쩌둥(毛澤東)이 주도한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공자가 역사를 후퇴시킨 인물로 지목돼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공자의 복권(復權)이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지금은 시진핑 주석이 관심을 두면서 다시 중국을 상징하는 사상가로 자리매김했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중국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함께 G2에 오른 중국이 문화와 예술, 과학 분야의 영향력을 의미하는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기 위해 공자를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대국으로서 공자가 강조한 평화 이미지를 부각하고, 전통문화를 부흥하는 문화국가라는 인식을 세계에 심기 위해 공자 연구를 활성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취푸에 있는 공자연구원을 방문하면 전시관에 시진핑 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사진이 걸려 있고, 시진핑 주석이 추천한 책이라는 '논어전해'(論語詮解)와 '공자가어통해'(孔子家語通解)가 중앙부에 놓여 있다.
공자가어통해를 번역한 이윤화 안동대 교수는 "공자는 중국에서 감옥에 갔다가 박물관에 넣었다 한 대상인데, 지금은 각국에 중국어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이 세워졌으니 공자가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에서는 마르크스와 레닌 사상 대신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위로는 공산당 간부로부터, 아래는 향촌까지 유교가 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공자의 부활은 관이 주도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유교는 한국과 중국을 이어주는 문화의 끈인 만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한중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유교를 통해 민간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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