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있어도 2년 내 치료이력 없으면 실손보험 가입
내년 4월 '우병자 실손보험' 출시…일반 실손보험은 보험료 인하
금융당국 '소비자 중심 개혁' 10개 과제 발표…'신 OTP' 도입 추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어도 최근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가입할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이 내년 4월에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 추진단'을 꾸리고, '유병자(有病者) 실손보험' 개발을 비롯한 10개 개혁 과제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현재 일반 실손보험은 최근 5년간 치료 이력을 따진다. 병력이 있으면 사실상 가입이 거절된다. 노후실손보험도 고령자들이 앓는 만성질환 때문에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나올 유병자 보험은 질병 이력이나 만성질환이 있어도 최근 2년 동안 입원, 수술, 7일 이상 통원, 30일 이상 투약 등 치료 이력이 없다면 가입할 수 있다.
특정 질병에 대해서만 일정 기간 보장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가입 자체를 거절하는 경우는 최소화하는 게 금융당국의 목표다.
유병자 보험은 손해율이 높아 보험료가 비싸게 책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보험료가 일반 실손보험보다 어느 정도 비싼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다만 본인 부담률을 30%(일반 실손보험은 10∼20%)로 높이고 특정 질병의 보장을 제한하는 한편, 보험사 공동 상품을 운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험료를 최대한 낮출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맞춰 내년 상반기 중 일반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내리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 보건복지부와 함께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한다.
협의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비급여에서 (예비) 급여로 전환되는 진료와 자기부담금 규모, 이들 항목에 과거 실손보험금이 청구된 내역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실손보험의 손해율 하락 효과를 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
중도·만기·휴면보험금을 가입자에 돌려주는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내 보험금 다 찾아(가칭)' 시스템을 생명·손해보험협회가 함께만든다.
만기 전 지급 사유가 발생했지만 받지 않은 중도보험금은 283만 건에 5조1천억 원, 만기가 지났는데 받지 않은 만기보험금은 24만 건에 1조2천억 원, 만기가 지나 소멸시효까지 완성된 휴면보험금은 640만 건에 1조3천억 원이다.
홈쇼핑과 케이블TV 광고에 자주 나오는 보험상품 광고는 규제가 강화된다. 광고 끄트머리에 보험금 지급제한 사유 등이 긴 문구로 제시되지만, 시청자가 이를 제대로 듣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지적에 따라 광고의 글자 크기, 음성설명 속도를 점검하고 핵심 사항만 알아보기 쉽게 표출되는 방안을 마련한다.
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의 온라인 신청도 내년 1월 도입된다. 온라인 신청으로 비용을 아껴 금리를 1∼2%포인트 내린다. 현재 햇살론 금리는 연 10.5% 이하다.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할 때 투자자가 원한다면 금융회사의 투자권유 과정을 녹취·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마련된다.
연 9∼14%인 연체금리를 낮추는 산정체계 개편안이 올해 12월 발표되고, 재기를 노리는 사업자의 과거 연체 이력 등이 내년부터 신용평가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한다.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잃어버리거나 수명이 약 5년인 배터리가 방전되면 창구를 직접 방문해 재발급해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하는 '생활 밀착형' 개혁 과제도 담겼다.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OTP, 온라인 재발급이 가능한 OTP 등을 내년 1분기까지 개발한다.
소득 증명이 어려운 전업주부의 신용카드 발급을 간편하게 하도록 '신용카드의 발급 및 이용 한도 부여에 관한 모범규준'을 올해 12월까지 개정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손보협회에서 금융 소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개혁 과제를 소개하면서 "앞으로는 소비자를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금융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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