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 "트럼프 보좌진, 김정은 향한 인신공격 말렸다"
"젊은 독재자 자극은 협상 기회 차단하는 것"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위보좌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인신공격(personal attack)을 가하는 것을 거듭해서 말렸다고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보좌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렇게 눈에 잘 띄는 장소에서 젊은 독재자에게 모욕을 주는 것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긴장의 악화를 초래하고 핵 위기를 해소할 협상의 기회를 차단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LA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 관리 두 명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문 초안에는 김정은을 '자살 임무 수행 중인 로켓맨'으로 표현하고 북한에 대한 '완전 파괴'를 위협한 언급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유엔 총회 연설을 하기 하루 전에 몇 명의 고위 관리들이 초안을 검토했을 때만 해도 그런 표현이 들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LA타임스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몇 개월 동안 북한 지도자를 개인적으로 공격하는 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했고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 '자기 인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죽이는 일을 개의치 않는 분명한 미치광이'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말 폭탄'을 주고받았다.
일부 자문역들은 말 폭탄 전쟁으로 북한과의 대결이 새롭고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제재를 통해 평양 경제를 쥐어짜고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려는 몇 달간의 노력이 궤도를 이탈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김정은 프로파일을 인용해 30대 초반인 그가 엄청난 자존심을 갖고 있고, 그로 인해 자신에 대한 모욕과 경시에 대해 매우 매몰차게, 때로는 치명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LA타임스는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의 개인적 공격이 유엔 총회장 주변에서 진행된 그간의 성과를 갉아먹을 수 있다며, 그런 예로 미국이 북한 핵 프로그램 동결을 위해 한일 정상과 기울여 온 노력을 들었다.
LA타임스는 하버드 케네디스쿨 존 박 선임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보복 주고받기(tit-for-tat)식 모욕은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냈다. 빠르게 증가하는 북한의 핵무장 프로그램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논의의 시작 가능성을 차단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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