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쓸어내린 與…다당제하 '협치 제도화' 여전한 숙제
우여곡절끝 가결 "국민과 함께 환영"…文대통령에 최고의 귀국 선물
"여소야대 위력 절감…정기국회 법안·예산 처리서도 험로 반복"
禹 "野와 더 굳게 손잡겠다"…국민의당과 '연정 수준 협치' 나설까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1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위기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지막까지 누구도 가결을 장담하지 못했던 피말리는 표대결로 진땀을 뺀 결과, 160표를 확보해 김이수-김명수 후보자 연속 부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도 여소야대의 위력을 절감한 만큼 한층 까다로워진 '협치 방정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숙제를 풀지 못하면 이후 정기국회 법안·예산 처리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어서다.
당내에서는 이후 집권여당으로서 몸을 더 낮추고 국민의당 등 야당과 더 과감한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이 김 후보자 인준안 가결을 선포하자 가슴을 졸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며 "야당의 협력으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는 점에서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 역시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했다"면서도 "국민의 바람을 우리 국회가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앞둔 17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당부한 만큼, 이날 표결은 22일 돌아오는 문 대통령에게는 최고의 '귀국 선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됐다.
벼랑으로 내몰렸던 원내지도부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국무위원들까지 모두 본회의장에 부르는 등 '총동원 표대결'을 벌인 끝에 인준안 통과를 관철하면서 리더십을 다잡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김이수 후보자 임명안에 이어 이번 표결까지 부결됐다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작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우원식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며 "최악의 사태는 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민주당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이제부터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이수-김명수 후보자 인준안 표결을 거치면서 121석의 소여(小與)의 힘만으로는 국회에서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남은 인선은 물론, 정기국회에서의 법안과 예산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세 야당이 연대해서 반대한다면 원내 협상에서 계속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여당 내에서는 이제는 야당과의 과감한 협치에 나서면서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한 뿌리'를 가진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연정 수준의 협치'가 필요하며, 이번 기회에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우 원내대표 역시 이날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승리는 민주주의 사에 협치라는 새로운 장을 연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집권여당으로서 몸을 더 낮추고 야당과 더 손을 굳게 잡고 협치의 길을 함께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 가운데서도 국민의당을 향해 "국민의당 의원들이 사법개혁 의지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감사드리며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에서 가장 먼저 협력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국민의당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강한 수준의 협치를 시도할지 주의깊게 지켜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서도 '연정 수준의 협치', '실질적 협치'를 주장해온 만큼 양당 사이에 대화가 본격화될지도 주목할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