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적 사고 않는 오싹한 현실…일상 속 과학적 사고해야"
美 천문학자가 쓴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002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산불이 났다. 당시 언론은 '산불이 콜로라도를 휩쓸다'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하면서 피해 규모는 50만 에이커라고 설명했다.
천문학자인 데이비드 헬펀드 전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 기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는 영어권에도 익숙하지 않은 개념인 1에이커가 어느 정도 넓이인지 파악한 뒤 콜로라도주 총면적과 비교해 피해 규모를 '눈에 잡히도록' 계산한다.
"당신이 195㎡ 집에 산다면, 불탄 넓이는 고작 0.6m×0.9m(0.54㎡) 넓이의 쓰레기통에 해당한다. 당신이 그 쓰레기통에 붙은 불을 끄고서 (기사처럼) 집이 몽땅 타버렸다거나 집의 54만 제곱밀리미터가 불탔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신간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더퀘스트 펴냄)에서 헬펀드 교수는 누구나 일상에서 이같이 따져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38년간 컬럼비아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저자는 2004년 신입생이라면 누구나 들어야 하는 '코어 커리큘럼'에 최초로 과학 수업을 개설했다.
요즘 대학생 대다수는 미적분 수업 한 과목은 듣고 입학했지만,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은 전보다 쇠퇴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심지어 그릇된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 흐르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된 점이 저자를 더 근심하게 한다.
"정치인, 언론인, 의사, 관료, 유권자 등 더 넓은 인구층에게도 정략적 사고능력이 대체로 전무한 실정이다. 오싹한 일이다. (중략) 우리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려면 정보가 타당한지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이는 검색엔진이 대신해줄 수 없으며 권위자에게 의존하다가는 곤경에 빠진다."
책은 간단한 계산을 하고 그래프를 읽어내고 통계를 따져보는 습관을 기르자고 제안한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일화에 기대지 않는 것,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막연해 보이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자극적인 뉴스들의 실체와 이면을 파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가령 '뉴욕에 있는 피아노는 몇 대일까'라는 과제도 봉투나 냅킨 뒷면을 종이 삼아 몇 차례 계산 과정을 거치는 것만으로도 근사치의 답을 얻을 수 있다.
칼 세이건이 1995년 출간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남긴 글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축약해 보여준다. "과학은 단순히 지식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생각하는 방법이다."
노태복 옮김. 436쪽. 1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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