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O2O사업 시행착오…잘할 분야 집중"…임지훈 문답
"AI스피커, 연결 서비스가 중요…잘할 수 있다"
"콘텐츠 해외사업 비중 커질 것…카뱅, 기업금융 논의할 단계 아냐"
(성남=연합뉴스) 김태균 홍지인 기자 =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드라이버 등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판단 실수가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플랫폼 등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20일 저녁 경기도 성남시의 카카오 판교 사무실에서 가진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O2O를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모빌리티(이동부문)는 잘할 수 있는 것들로 가고 나머지는 플랫폼으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선보인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미니'에 대해선 "AI 스피커는 기술만이 아니고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가 어떻게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그 측면에서는 카카오가 잘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 취임 2년간 카카오가 어떻게 바뀌었나.
▲ 조직 구조에 정답은 없다. 처음 부임했을 때는 최고경영진협의체(CXO) 체제가 무조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2016년 3월 각 부문장이 최고경영자(CEO)라는 마인드로 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분사의 경우 전략과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사업에서 성과를 잘 내기 위해 그 요소들이 갖춰졌을 때 분사 카드를 쓸 수 있다.
-- 연임에 대한 생각은.
▲ 연임은 이사회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것에 신경 쓰면서 성과를 못 내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분기 실적에만 신경 쓰면 카카오톡 실행할 때마다 광고를 띄우자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무식한 얘기가 나온다.
-- 네이버 준대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 제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는 할 일을 하고 특별한 이슈 없이 투명했기 때문에 요청하는 대로 따르고 있다.
-- 정치권과 정부에서 포털산업 규제 얘기가 나온다.
▲ 제가 가진 문제의식 중 하나는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이다. 유통파워가 엄청나게 큰 곳도 존재하는데, 왜 국내 업체인 카카오와 네이버만 강한 챌린지를 받아야 하는가. 똑같이 규제해달라는 게 아니라 글로벌 IT 기업들이 혁신해나갈 수 있는 운동장에 똑같이 뛸 수 있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 카카오 해외 진출 계획은.
▲ 해외사업은 로망이다. 엄청난 성과를 내고 싶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고 본다. 1위 메신저로서 전 국민이 매일 오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50개국에서 100만~200만명씩 있는 건 사업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포털 다음도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콘텐츠가 강하다. 게임과 이모티콘, 웹툰, 웹소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강하다. 콘텐츠 사업에서 점점 해외 비중이 커질 거라는 느낌이 있다. 핵심 플랫폼 사업은 국내에서 쭉 나가는 것이고 콘텐츠 사업은 파트너사들이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전략이다.
-- 과거 로엔 같은 대형 투자가 앞으로 또 있을까.
▲ 투자나 인수·합병(M&A)은 모든 것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때 빅딜이 일어난다. 카카오의 철학이 파트너와 많이 일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 네이버는 미래에셋을 파트너로 정했다.
▲ 카카오뱅크는 금융산업 전체에서 큰 혁신을 일으키려 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가 있으니 다른 금융사와 얘기하지 않을 것이란 건 아니다. 금융기관에 카카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AI 스피커 카카오미니 사전 판매 흥행 비결은.
▲ 조건이 좋았던 것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또 카카오이기 때문에 좀 더 기대하는 것도 있다. 사전 판매 때 철저히 준비 못 한 부분은 반성한다. 어마어마한 트래픽이 몰렸다.
-- 정식 판매에서도 선전할까.
▲ AI 스피커는 기술만이 아니고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가 어떻게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측면에서는 카카오가 잘할 수 있다.
-- 카카오뱅크가 기업금융을 취급할 계획은.
▲ 장기적 로드맵엔 다 있지만, 지금 기업금융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몰려든 유저를 만족하게 하는 것이 먼저다.
-- 카카오 아이가 공개되지 않아 기술력이 물음표다.
▲ 우리 기술이 좋다는 걸 써보면 느낄 거다. 우리는 2010년에 이미 다음 포털에서 음성인식 검색을 국내 최초로 제공한 바 있다.
-- AI 개발 콘트롤타워는.
▲ 카카오 I(아이)를 리드하는 사람은 김병학 부사장이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브레인에서 좀 더 원천적인 것에 대해 고민한다. 두 곳이 정기적으로 교류하면서 두 개의 축으로 돌아가고 있다.
-- 삼성전자와의 협력 계획은
▲ 논의하다 보면 좋은 접점이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 올해 안에 생활에 관련된 것들은 '여기랑도 했네, 여기도 카카오 아이네' 이런 것들을 계속 들을 수 있을 거다.
-- 동영상 콘텐츠 성장 계획은.
▲ 열심히는 하는데 잘하진 못 하고 있다. 지난 1년 정도 동안 라이브 쪽을 보긴 했다. 카카오톡과 가장 잘 연결되는 맥락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중요하지만, 꼭 대규모로 돈 들여 드라마 찍고 그런 게 답인지 모르겠다. 웹툰도 오리지널 콘텐츠다.
--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 방향은.
▲ 이동의 모든 순간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할 로드맵이 있다. 곧 계획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 포털 매각이나 이름 변경을 검토한 적이 있나.
▲ 매각을 논의한 적은 없다. 다음과 카카오의 수많은 시너지는 눈에 안 보이는 것이 많다. 브랜드를 바꾼다고 뭔가 성과가 확 날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 정부에서 카카오톡에 예약전송 기능을 요구했다.
▲ 논의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 기능을 잘 보면 굳이 예약전송을 만들지 않아도 기능이 다 있다.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 관한 사회적 주제이지 기능을 추가하고 빼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 카카오톡의 멀티계정, 멀티디바이스 지원 계획은.
▲ 멀티계정은 항상 논의되는 주제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장단점이 있다. 멀티디바이스도 마찬가지다.
--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업이 잘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 시행착오를 인정한다. 카카오드라이버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안 됐고 판단 실수였다고 깨달았다. 가사도우미 등 오랫동안 준비했던 여러 프로젝트를 접었다. 그 결정도 아주 고통스러웠다. 덕분에 카카오가 집중해야 할 영역이 뾰족해진 효과는 있는 것 같다.
-- 개인적으로 카카오가 갖는 의미는.
▲ 카카오는 내 생활이다. 카카오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저를 받는 서비스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렇게 한 국가에서 많은 유저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많은 파트너와 다양한 사업을 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 별로 없다. 살짝 과장해서 얘기하면 미국에 가서도 '미래를 보고 싶으면 한국에서 카카오로 생활해봐라'라고 한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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