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듯' 채무불이행자 100만명…절반도 못 헤어나(종합)
한은, 2014년 신규 채무불이행자 39만7천명 추적…3년 지나면 신용회복 어려워
신용회복률, 제2금융권·신용대출·자영업자·다중채무자 경우 낮아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돈을 빌렸다가 원금이나 이자를 제 때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자가 100만명이 넘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은 헤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장기연체자 절반 이상이 신용회복에 실패하고, 3년이 지나면 사실상 가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는 정부 구제노력을 통해서야 채무불이행자 딱지를 뗄 수 있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짧은 시간 내 다시 신용불량이 됐다.
특히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거나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와,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등 조건에서 신용회복률이 낮았고 자력으로 빚을 갚을 확률도 낮았다.
한국은행은 처음으로 채무불이행자 신용회복 과정을 추적한 결과를 '금융안정상황' 자료에 21일 공개했다.
한은이 2014년 새로 채무불이행자가 된 39만7천명을 추적한 결과 3년 6개월이 지난 올해 6월 말 현재 19만4천명(48.7%)만이 신용을 회복했다.
한은은 나이스평가정보의 정보를 활용해 분석했다. 신용회복은 신용정보원 채무불이행 정보에서 해제된 것으로, 채무불이행 이전 수준 신용등급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신용회복에 성공한 채무불이행자 중 13만3천명(68.4%)은 스스로 혹은 주변 도움 등으로 빚을 갚았다.
반면 3만9천명(20.1%)은 자력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정부의 채무조정제도 등 지원을 받았다. 나머지 2만2천명(11.5%)은 신용회복 방식이 확인되지 않았다.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고 3년이 지나면 신용회복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채무불이행자 대비 신용회복자 비율인 신용회복률이 채무불이행 발생 후 1년 이내는 29.5%에 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용회복률이 급격히 하락해서 1∼2년은 10.6%, 2∼3년은 7.5%로 낮아지고 3년 이상은 1.1%에 불과하다.
신용회복자 중 60.5%가 1년 이내 채무불이행 딱지를 떼는 데 성공했다. 1∼2년은 21.8%, 2∼3년은 15.4%, 3년 이상은 2.3%에 그쳤다.
1년 내 짧은 기간에 신용회복을 한 경우는 상당수가 담보대출자였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 대출 차주 신용회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들은 자력으로 신용회복에 성공한 비율도 낮았다.
저축은행과 신용카드, 대부업, 할부·리스 등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신용회복률은 41.9%이다. 반면 이들 기관 대출이 없고 은행 등에서만 돈을 빌린 차주는 71.4%에 달했다.
업권별로 신용회복률은 저축은행(35.6%), 신용카드(36.8%), 대부업(37.9%), 할부·리스(39.8%)에 비해 은행(43.8%), 상호금융(57.7%)이 높았다.
대출 종류별로 신용대출 차주는 42.1%만 신용회복을 했는데 담보대출은 회복률이 77.1%에 달했다.
다중채무자 신용회복률은 34.9%로 비다중채무자(63.0%)와 큰 차이가 났다.
다중채무자 부채 규모가 1인당 평균 9천671만원으로 비다중채무자(5천218만원) 보다 훨씬 큰 데 기인한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LTI)이 100% 이상인 차주는 신용회복률이 42.5%에 불과하지만 25% 미만인 차주는 62.8%에 달한다.
임금근로자는 50.2%가 신용회복했지만 자영업자는 40.8%에 그쳤다.
학생과 주부 등 기타 차주는 63.8%가 신용회복을 했다. 이들은 부채 규모가 작고 채무조정제도 지원도 많다.
채무불이행자 가운데 3.6%는 신용회복 후에 다시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했다.
한은은 시간이 지나면 이 비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6월 말 현재 채무불이행자는 모두 104만1천명으로 전체 가계차주(1천865만6천명)의 5.6%다.
90일 이상 장기연체 차주는 70만1천명, 채무구제 중인 차주는 34만명이다.
채무불이행자는 2013년 101만9천명에서 2015년 105만9천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04만1천명으로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변동이 없다.
채무불이행자 보유 부채는 29조7천억원으로 전체 가계부채(1천388조3천억원)의 2.1%다.
90일 이상 연체 차주는 21조9천억원, 채무구제 차주는 7조8천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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