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구조조정은 중환자 수술…금융당국 비판 아쉬워"
자본연 개원 20주년 콘퍼런스…금융 정책·감독 분리 놓고 열띤 토론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구조조정은 금융당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구조조정을 야기하는 부실을 만든 기업, 채권단, 주주, 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일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금융당국에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총대'를 맸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임 전 위원장은 20일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0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 콘퍼런스 특별 토론에서 "구조조정은 중환자를 수술하는 것과 같은데 의사에게 살리면 살렸다고, 죽이면 죽었다는 비판을 한다"고 서운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정이 잘 안 되기 때문에 공권력이 개입하게 된다"며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며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조조정이 금융당국만의 일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일이 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참여를 끌어내는 유인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서별관회의와 같이 '밀실' 논란이 일지 않도록 체계를 구조화하고 투명하게 만들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전 위원장은 이어 "당국뿐 아니라 시장 스스로 구조조정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모펀드(PEF)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PEF가 그야말로 어려운 기업을 다시 살려 부가가치를 부여한 뒤 시장에 돌려보내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금융: 지난 20년의 회고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한 특별 토론에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 전 위원장,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 최도성 가천대 부총장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금융 정책·감독 개편' '금산·은산분리' 등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최운열 의원은 금융기관 조직개편과 관련해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정책 파트와 건전성을 봐야 하는 감독 파트가 같은 지붕 아래서 이뤄지다 보면 아무래도 감독 기능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정책과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는 국제금융 세제 부분을 묶는 부처를 만들고 금융감독은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위원장은 "그 어디에도 브레이크와 엑셀을 각기 다른 사람이 밟는 법은 없으며 한 사람이 밟아야 상황과 여건에 맞춰서 운전할 수 있다"며 "금융정책과 감독은 실질적인 구분이 어려운 만큼 지난 10년간 안정화된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금년 말이나 내년 초쯤 되면 금융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가 정부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의 입장, 피감 금융회사의 입장, 금융 소비자 입장, 국회 입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장단점을 잘 따져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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