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상원조 중복지원 사례 많아…10년간 322억원"
심재권 의원 "원조분절화 해결 위해 통합관리 절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 펼치는 우리 정부의 무상원조(ODA) 사업에서 중복지원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20일 외교부가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부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다른 정부기관들이 최근 10년간 수행한 주요 사업들 가운데 보건의료, 과학기술분야, 직업교육 등 4건에서 2천850만 달러(322억 원) 규모의 사업이 중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KOICA는 2010∼2012년 300만 달러를 투입해 '필리핀 공중보건 및 결핵 관리 역량강화 사업'을 진행했는데,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도 2011∼2013년 같은 예산을 들여 '필리핀 결핵 관리 시스템 지원사업'을 펼쳤다.
두 기관의 라오스 사업도 중복됐다. KOICA는 2008∼2015년 '라오스 아동병원 건립 및 소아인력 역량강화사업'(1천300만 달러)을, KOFIH는 2010∼2012년 '라오스 모자보건증진'(600만 달러) 사업을 전개했다.
과테말라의 ICT(정보통신기술) 무상원조는 KOICA의 지원이 끝나는 시점(2006∼2008년·250만 달러)에서 행정안전부(2008년·50만 달러)가 또 뛰어들어 국민의 세금을 낭비했다.
KOICA와 한국수출입은행은 같은 기간인 2010∼2013년 각각 '베트남 박장성 기술대학 설립사업'(1천만 달러), '베트남 5개 지역 한·베 직업기술대학 개선사업'(3천500만 달러)을 펼쳤다.
사전에 업무 조정이 있었다면 더욱 효율적인 원조가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 의원은 "대다수 부처가 원조사업에 뛰어드는 분절화는 개선되지 않고 매년 심각해 지고 있다"며 "분절화가 집중된 10억 원 미만의 소규모 사업의 경우 2013년 617건(1천378억 원)으로 전체 사업 건수의 71%(전체 예산의 17%)였지만, 2016년 782건(2천185억 원)으로 전체 사업 건수의 77%(전체 예산의 21%)로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무상원조사업이 뚜렷한 전략과 기준 없이 관리하다 보니 원조의 효과가 반감되고, 개발도상국과의 관계에서 외교적으로도 활용하지도 못했다"면서 "2010년 제정된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서 ODA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은 미국, 일본 등 선진 공여국은 개발원조 문제를 국가안전보장이사회(NSC)의 안건으로 올려 대외정책의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제시하면서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통합·관리 방안을 마련해 원조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원조를 국익을 위한 대외정책의 하나로 활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원조 분절화 심화와 관련 "2012년부터 '외교부 무상원조관계기관협의체'를 통해 사후적으로 사업 중복 문제를 조정하고 있지만 소규모 사업에서는 매년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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