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원 "통화정책 변경 필요하지만 北리스크 봐야"(종합)
"당분간 경기회복 가속화 쉽지 않아…추경 효과 예단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동결 결정이 내려졌지만 금리인상 필요성이 종전보다 진지하게 논의됐다.
다만, 8월 초 본격 부각된 북한 리스크(위험) 등을 감안하면 통화정책 방향 변경이 시급하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한국은행이 19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8월 31일 개최) 본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A금통위원은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더불어 우리도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 완화적 기조는 레버리지 투자(차입투자) 경로를 통해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견인하는 것으로 보이나 중기적 추세까지 바꾸지는 못했고 금융불균형이 과도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점진적인 정책금리 인상과 우리나라 가계부채 급증을 고려해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A위원은 "지금과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증하는 가운데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만큼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며 "글로벌 경기 및 금융시장 전개 상황, 가계대출 움직임, 부동산 대책 정책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위원은 "지난 수년간 1% 초반대 미만에서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2%에 근접하는 점은 분명히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축소할 필요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금리조정 시점 선택에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타겟팅(물가안정목표제)에 충실할 뿐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 관리와 부합하는 통화정책 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C위원은 "통화정책 완화정도 축소 조정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최근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아직은 물가 측면에서 여유가 있어 보인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는 "10월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이후 경제 흐름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며 "통화정책 완화정도 조정이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통위에서는 경제 성장세가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D위원은 "통화정책 운용 여건을 살펴보면 성장 및 물가가 기존 전망경로에 부합할 수 있을지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 위험은 한층 증대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위원은 "앞으로도 중국과 갈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 및 건설투자 둔화 추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경기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 추가경정예산 지출이 총수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겠지만, 지출 형태에 따라 그 파급 정도가 상당 폭 달라질 수 있어 효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한국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주택시장 규제 강화와 건설투자 둔화를 거론했다.
한 금통위원은 "건설투자가 올해를 정점으로 하강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택시장 안정화 조치로 국면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금통위원은 "최근 세수 증가가 상당 부분 금융 사이클 및 부동산 경기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경기 추가위축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세수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금통위원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을 언급하며 "가계신용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조정이 없었음에도 금융완화 정도가 다소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은 우리나라에서 필립스곡선이 주요 선진국보다 유효하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고용시장 여건이 견조하게 개선된다면 선진국보다 임금상승 압력이 높아질수 있다"고 전망했다.
필립스곡선은 실업률이 떨어지면 임금이 오르고 물가상승률은 높아진다는 이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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