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 트라우마' 중국서 암환자 진통제로 '오피오이드' 각광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중독성이 있는 건 알지만 오피오이드(opioid·아편 유사 진통제) 밖에 의지할 데가 없어요.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중국에서 전립선 암으로 투병 중인 정창허(77) 씨는 극심한 고통을 달래려 하루에 진통제 15알에다 모르핀 주사까지 맞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에서 암 환자의 급증에 따라 마약성 진통제인 합성 오피오이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중국은 19세기 영국과 아편 전쟁을 치른 여파로 중독성이 강한 오피오이드에 대해 거부감이 강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암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2011년부터 "효율적인 통증 관리"를 내세우며 태도를 바꿨다.
실제 중국에서는 심각한 대기 오염이나 높은 흡연율 등의 영향으로 폐암이 기승을 부리면서 암 신규 발병이 2000년 210만 건에서 2015년 430만 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진통제 시장은 전년보다 20% 증가해 5억3천만 달러 규모에 이른 것으로 중국제약업협회는 추산했다. 이는 전체 의약품 성장률의 두 배를 웃도는 것이자 전 세계 2위 규모다.
중국 국립 통증 치료 센터의 디렉터인 판비파는 "말기 암 환자가 겪는 고통이 극심하기 때문에 보통 가이드라인에 따라 오피오이드를 처방한다"고 설명하고, 치과나 외과 수술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 등에서 남용 문제로 홀대받던 오피오이드는 중국 상륙을 꾀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가 진통제로 오피오이드 처방을 억제하고 나서면서 제약사들이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마약성 논란을 일으켰던 옥시콘틴의 제조사인 먼디파마는 중국에서 의사와 환자를 겨냥한 홍보 영상을 배포하며 대대적 캠페인에 나섰다.
아직은 중국 제약사가 만든 토종 진통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양쯔강제약그룹의 진통제 데조신은 지난해 매출이 급증해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했다. 반면 세계적 제약사 바드파머의 진통제 옥시코돈은 중국 시장에서 6.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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