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별칭 獨 메르켈… 1시간 동안 진짜 엄마가 되다
총선기획행사로 어린이들 기자회견…자연인 메르켈 소개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너희, 내 얘기 잘 듣고 있니?", "이젠 좀 조용히 해줄래."
'무티'(엄마) 별칭이 더러 따르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일요일인 17일 오후(현지시간) 1시간 동안 어린이 기자들과 회견을 하는 이색 이벤트를 열었다.
자신이 당수로 있는 집권 다수 기독민주당의 총선용 기획 행사로 마련된 이 자리에는 4∼14세 아동 1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을 상대로 메르켈 총리는 엄마나 교사 처지가 된 듯 마치 자연인처럼 이런저런 신변잡기 성격의 질문들에 또박또박 답변을 이어갔다.
재혼한 메르켈 총리는 실상 자신이 자식을 낳아 키워본 적이 없지만, 포용적 이미지 때문에 때때로 '엄마 리더십'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괜찮았던 순간이 언제냐 라는 물음에 주저 없이 "남편(요아힘 자우어)을 알게 됐을 때"라고 대답했다고 디벨트 인터넷판 등 독일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자우어는 저명 양자물리학 교수로서 메르켈 총리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독일의 국민스포츠 격인 축구와 관련해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가 누구인지 묻자 필립 람과 마누엘 노이어를 꼽았다. 람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할 때 주장이었고, 노이어는 2016년 9월부터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에게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대표 골키퍼다.
가장 선호하는 축구팀은 당연히 독일 국가대표팀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 질문에서 외국 정부 수반은 같은 여성인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라고 답했고, 국가는 독일을 거론한 뒤 북미의 로키산맥을 관통하는 여행을 하고 싶고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훑어보는 것이 희망이라는 대답으로 갈음했다.
그는 또, 색깔은 참제비고깔 꽃 계통이라고 했고 음식은 스파게티 볼로네즈라고 했다.
학생들의 관심사인 최고 선호 과목은 독일어, 러시아어, 영어라고 했고 동물은 고슴도치, 코끼리, 토끼라고 말했다.
스포츠는 수영을 좋아하되 특히 호숫가에서 하는 것이 최고라고 했고 의복은 어여쁜 니트 재킷이지만 일할 때는 그렇지 않으며 편안한 신발들이 좋다고도 했다.
아울러 취미는 정원 가꾸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총선투표일(24일) 이후 수확하려고 감자를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누구랑 하는 일을 바꾼다면'이라는 물음에는 "우주비행사랑 바꿔서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라고 그는 답변했다.
'당신의 삶을 네 개 단어로 풀어보라'라는 요청에 메르켈은 "먹고, 마시고, 자고, 이 닦고, 여행하고, 서류 읽고, 어려운 결정 내리고…"라고 답하면서 "꼭 네 개는 아니었네요"라고 덧붙였다.
슈피겔 온라인은 "약 12년 총리직을 맡고 있는 메르켈이 처음으로 하는 것(행사)은 많지 않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기자회견은 처음"이라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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