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01.24

  • 20.61
  • 0.83%
코스닥

677.01

  • 3.66
  • 0.54%
1/3

[연합이매진] 타고난 물고기 '킬러' 물수리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연합이매진] 타고난 물고기 '킬러' 물수리

사냥감 발견하면 시속 120∼140㎞로 수직하강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타고난 물고기 사냥꾼으로 불리는 물수리가 찾아왔다.

설악산의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9월 하순이면 어김없이 강릉 남대천에 나타나는 물수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이자 국제지정 보호종이다.

뛰어난 시력, 날카로운 발톱을 자랑하는 매목 수리과의 맹금류다.

오로지 물고기만 노린다.

숭어와 잉어 등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물수리가 왜 물고기 킬러, 타고난 사냥꾼인지 알 수 있다.






강원 강릉시 남대천은 물고기가 풍부해 물수리의 대표적 국내 사냥터다.

이곳은 9월 하순께부터 매년 물수리 3∼5마리가 찾아와 바다를 거슬러 올라온 숭어와 씨알이 굵은 잉어를 낚아채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남대천은 경북 포항의 형산강과 함께 물수리의 사냥장면을 볼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다.

이런 찰나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생태 사진작가와 탐조객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맹금류 물수리가 사냥하는 찰나의 순간은 아쉬움과 탄성이 쏟아지게 한다.


◇ 강릉 남대천 물고기 세계 '벌벌'


파란 하늘에 물수리가 당당하게 나타났다.

동시에 남대천 물고기 세계는 비상이 걸린다.

평화롭게 휴식을 취하던 갈매기와 오리 등이 일제히 날아오르는 것으로 물수리가 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격 대상은 아니지만, 물수리의 출현만으로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많은 하류를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거나 선회비행을 하면서 사냥 대상을 찾는다.

비행하면서도 쉴 새 없이 눈동자와 머리를 이리저리 빠르게 굴리고 돌리며 실한 먹잇감을 찾는다.

대상은 주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숭어다.

때로는 높이, 때로는 수면 가까이 저공비행을 하며 물고기 유인도 하고 사냥감도 찾는다.

주로 바람을 가슴에 안고 먹잇감에 접근한다.

목표지점을 정확히 타격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물수리는 수백m 상공에서도 바람에 물결까지 일고 물색과 거의 비슷한 물속 물고기를 정확히 감별할 수 있을 정도란다.

이런 뛰어난 시력으로 물속을 살피다가 수면 위로 가까이 떠오르는 적당한 물고기를 발견하면 날개를 전투기 모양으로 접고 수직으로 빠르게 하강한다.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여 순간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때의 순간 시속이 120∼140㎞에 이른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라면 과속으로 걸릴 정도의 빠른 몸동작이다.

얼마나 빠른지 몸길이 수컷 54㎝, 암컷 64㎝, 날개를 펴면 1.8m에 이른다는 비교적 큰 조류임에도 집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시야에서 놓칠 수 있다.

이 짧은 하강하는 순간 목표물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앞으로 쭉 내뻗는다.

수심 1m 가까이 까지 파고든다.

순식간에 숭어를 낚아챈다.

각각 두 개의 앞뒤 날카로운 발가락이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어 먹이를 잡으면 거의 놓치지 않는다.

운이 좋으면 한 번에 2∼3마리 물고기를 동시에 잡는 1타 2피, 1타 3피도 종종 볼 수 있다.






◇ 어렵게 사냥한 물고기 그냥 버리기도



물고기를 잡은 물수리는 2∼3번 날갯짓을 하며 물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살아서 버둥거리는 물고기를 거머쥔 물수리는 공중에서 몸을 크게 흔들어 젖은 깃털을 털어내며 의기양양하게 자신만의 식당으로 향한다.

그곳은 사람이 거의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배를 채운 물수리는 인적이 드문 전봇대나 소나무 가지에 앉아 털을 고르고 몸단장을 하면서 다음 사냥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자신의 덩치보다 훨씬 큰 물고기를 낚으면 들어 올리려고 끙끙거리다가 날아오르지 못해 결국 힘들게 사냥한 물고기를 그냥 버리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물수리는 수영을 못해 아주 커다란 물고기를 꿰뚫은 날카로운 발톱이 빠지지 않으면 자칫 익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광석화의 속도로 하강하다가도 목표물의 상황이 바뀌면 다시 접었던 날개를 펴고 상공으로 순식간에 떠오른다.

헛된 사냥은 철저히 자제한다.

그래서 물수리의 사냥 성공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 11월 초·중순 아쉬움 남긴 채 남쪽으로



이처럼 단번에 팔뚝만 한 숭어 사냥에 성공하는 노련한 물수리가 있는가 하면 몇 번씩 물속에 풍덩 풍덩 뛰어들면서도 성공하지 못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물수리도 있다.

사냥 경험이 많은 성조(成鳥)와 어린 유조(?鳥)의 사냥 성공률은 차이가 크다.







물수리는 남대천 하류에서 투망하는 어민이나 낚시꾼, 하천 둔치에서 농사짓는 농민들도 크게 두려워 않는다.

먹이가 있으면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 주변으로 '펑펑' 소리를 내며 입수하기도 해 오히려 놀라게 한다.

물수리는 이렇게 두 달 남짓 남대천에 머물며 먹고 먹히는 자연의 섭리 속에 충분한 영양분을 보충한다.

그러다 11월 초·중순 기온이 뚝 떨어지면 아쉬움을 남긴 채 더 남쪽으로 이동한다.

물수리가 떠난 남대천에는 몸집이 훨씬 큰 천연기념물 제243호인 흰꼬리수리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겨우내 오리와 갈매기는 더 긴장하고 벌벌 떠는 겨울을 보내야 한다.

흰꼬리수리는 물고기뿐만 아니라 오리와 갈매기를 먹잇감으로 사냥하기 때문이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yoo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