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베이징현대, 협력업체에 밀린 대금 '전액 지급'
현대차·베이징기차, '베이징현대' 설립 기념행사로 우의 과시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협력업체에 부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공장 가동 중단을 되풀이했던 베이징현대차 사태가 전액 지급으로 일단락됐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으로 차량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협력업체들의 항의로 공장 가동까지 어려움을 겪던 베이징현대는 한숨을 돌린 셈이다.
또한, 부도 직전까지 다다랐던 한국 협력업체들도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대금을 받게되면서 정상 운영이 가능해졌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베이징기차의 한중 합작사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14일 부품 협력사들에 그동안 밀린 대금을 조건 없이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현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어제 협력업체들에 미납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면서 "대금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도 지장이 없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현대는 현지 한국 협력업체 120여 개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고, 중국 현지 업체까지 포함하면 협력업체 수는 200여 개에 이른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사드 갈등이 시작되고 나서, 현대·기아차 중국 판매가 급감하는 바람에 베이징현대가 이들 협력업체에 밀린 대금은 평균 3.5개월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대금 지급 지연의 배경에는 단순히 현대·기아차의 판매부진에 따른 자금난뿐 아니라 베이징현대의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기차의 '납품가 후려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지분을 반반씩 투자한 합작사로 현대차는 설계· 생산·판매를 담당하고 베이징기차는 재무를 맡고 있다. 따라서 부품사에 대금 지급은 베이징기차가 담당해왔다.
현지 부품업체 등에 따르면 베이징기차는 사드 보복 이후 실적이 나빠지자 일부 협력업체들에 납품가격을 20% 정도 깎아주면 밀린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이징현대는 지난 14일 협력업체들에 밀린 대금을 지급하면서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지 않았다.
베이징현대 관계자는 "베이징기차와 협의해 밀린 대금을 지급했으며 이 과정에서 납품가 인하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말 부품업체 베이징잉루이제의 납품 거부로 베이징(北京) 1∼3공장, 창저우(常州) 4공장 등 4개 공장의 생산이 수일간 중단된 바 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창저우 공장에 에어인테이크 부품을 공급하는 독일계 부품업체의 납품이 끊기면서 가동이 멈추기도 했다.
아울러 일각에서 현대차와 베이징기차의 결별설이 나도는 것과 달리 이들 양사는 내달 베이징현대 설립 15주년 행사를 하면서 파트너십을 다질 계획이다.
베이징현대 관계자는 "원래 합자회사라는 게 부부 관계와 같다고 보면 된다"면서 "내달 베이징현대 15주년 행사를 하면서 우의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베이징기차가 현대차와 불화 끝에 합자 관계를 끝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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