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로 초소형 로봇 제작…움직이며 나노물질 운반
美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 '사이언스'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미국 연구진이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으로 초소형 로봇을 제작했다. 움직이면서 나노물질을 스스로 분류해서 운반하는 '일꾼 로봇'이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이 연구결과를 "DNA 로봇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That's One Small Step for a DNA Robot, One Giant Leap for Mankind)"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룰루 치엔(Lulu Qian)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짐을 분류하는 DNA 로봇'(A cargo-sorting DNA robot)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1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치엔 교수 연구팀은 혈관처럼 좁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매우 섬세한 작업을 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로봇 소재로 DNA를 선택했다. DNA는 크기가 작으면서도 길게 '조립'도 할 수 있어 로봇의 '모듈'을 만들기에 적합하다. DNA 가닥은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이라는 4가지 염기로 이뤄져 있는데, 아데닌은 티민과 짝을 짓고 구아닌은 시토신과 결합해 '이중 나선' 구조를 이룬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특정한 DNA 가닥이 만나면 결합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DNA 가닥으로 매우 단순한 형태의 로봇을 만들었다. '다리'격인 아랫부분을 '이동 부위'로, 윗부분을 '물건 수송 부위'로 정해 뒀다. 아랫부분에는 '발' 두 개가 달렸고, 윗부분에는 '팔' 두 개가 달렸다.
이어 로봇의 아랫부분과 결합할 수 있는 DNA 가닥을 마치 바늘을 꽂아두듯 평면에 죽 세웠다.
그러자 로봇은 두 '발' 중 하나는 고정시키고 다른 한 '발'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이동을 추진하는 동력이 없기 때문에 무작위로 움직였다. 바로 옆의 DNA 가닥 중 하나에 붙었다가 또 그 옆의 DNA 가닥 중 하나로 붙는 방식으로 '한 걸음'을 떼는 데는 평균 5분이 걸렸다. 이 로봇의 '한 걸음'은 6 나노미터(1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였다.
로봇이 돌아다니던 중 윗부분의 '손'과 결합할 수 있는 형광물질을 만나자, 로봇의 손이 DNA와 결합하면서 덤으로 '짐'인 형광물질까지 달고 계속 이동했다.
그러다가 형광물질과의 결합력이 더욱 센 DNA 가닥과 마주치면 로봇은 쥐고 있던 형광물질을 이 DNA 가닥에 넘겨줬다.
로봇은 이런 방식으로 '발길 닿는 대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한 곳에서 형광물질을 잡아서 다른 곳으로 옮겼으며, '손'이 비면 똑같은 방식으로 운반 작업을 반복했다.
'짐'에 해당하는 나노물질을 로봇 스스로 분류해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되풀이한 것이다.
가로, 세로 길이가 58 나노미터씩인 평면에 로봇이 움직일 바늘 길과 '짐'인 형광물질들을 두고 24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로봇이 수행한 '나노물질 수송 임무'의 정확도는 80%나 됐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치엔 교수는 "우리는 DNA 로봇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혈관이나 세포 안에서 약물을 전달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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