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의식하나…터키 에르도안 "내 동상 원치 않아"
'쿠데타 저지 기념조형물 곳곳에 에르도안像' 보도에 직접 반응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올해 4월 개헌으로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장기집권 토대를 마련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본인의 동상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에 에르도안 대통령 동상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는 언론 보도 이후 나온 반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소속 시·구청장 모임에서 "흉상이든 다른 비슷한 것이든, 내 모습으로 조각상을 제작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터키 북서부 코자엘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흉상 부조가 "실물과 안 닮았다"는 이유로 철거됐다는 보도와 관련, "그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코자엘리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대거 제작된 쿠데타 1주년 기념조형물 가운데 일부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모습도 함께 새겨진 사실이 언론에 조명됐다.
기념조형물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를 물리친 강력한 지도력이 부각된 모습으로 묘사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것(동상)은 우리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지방단체에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단체가 더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명절이나 각종 행사 때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모습으로 전면을 채운 대형 홍보물이 거리를 메우는 점에 비춰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러한 반응은 역풍을 의식한 행동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보수 무슬림은 교리에 따라 사람의 모습을 본뜬 조형물, 즉 '우상'을 금기시한다.
세속주의 진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상(像)은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반열을 넘어서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지방단체는 동상을 세울 것이 아니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기념물을 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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