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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싸게 판다" 속여 19억 '꿀꺽'…국제사기단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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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싸게 판다" 속여 19억 '꿀꺽'…국제사기단 적발

피해자 밀라노 데려가…스캐너 감별 뒤 위폐로 바꿔치기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내년부터 발행이 중단되는 500유로(약 67만5천 원) 지폐를 싸게 살 수 있다며 피해자를 이탈리아까지 데려가 수십억 원을 챙긴 국제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월 불법 외환거래 업자인 오 모(44)·김 모(30) 씨는 유럽중앙은행이 내년부터 500유로권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한몫' 챙기기로 공모했다.

오 씨 등은 중·고교 동창인 이 모(30) 씨를 범행에 끌어들여 이 씨가 과거 일하던 음식점 주인 장 모(45) 씨와 그의 사촌 형(50)을 소개받았다.

이들은 음식점 여러 곳을 운영하는 자산가인 장 씨 형제에게 "내년부터 500유로 지폐 발행이 중단되고 사용할 수도 없어 급매하려는 사람들이 유럽에 있다"고 꼬드겼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의 보석 세공사들로부터 유로당 1천300 원인 현재 환율보다 싼 유로당 1천 원에 500유로 지폐를 사들일 수도 있다"면서 거래를 제안했다.

장 씨 형제가 의심하는 눈치를 보이자 이들은 6월 19일 동생 장 씨를 이탈리아 밀라노로 데려갔다.

이들은 현지 호텔에서 장 씨가 보는 앞에서 자신들이 준비한 돈 2만 유로(약 2천600만 원)를 보석 세공사로 위장한 이탈리아인 3명에게 보증금 조로 건넸다. 이탈리아인 3명은 오 씨 등과 미리 범행을 공모한 사이였다.

장 씨가 거래에 흔쾌히 응하지 않자 500유로와 홍콩달러 뭉치가 쌓여있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이런 식으로 마카오 등에서 거래를 중개한 경험이 많다"고 안심시켰다.

1주일간 고민한 끝에 거래를 승낙한 장 씨는 호텔 방에서 오 씨 일당과 이탈리아 사기범들에게서 500유로 지폐로 190만 유로를 받았다.

장 씨가 위폐 감별 스캐너로 지폐를 샅샅이 훑어보는 사이 이탈리아 사기범들은 돈다발을 가방에 넣어주는 척하면서 위조지폐로 바꿔치기했다.

장 씨는 한국에 있는 사촌 형 장 씨에게 "유로 지폐가 맞다"고 알렸고, 사촌 형 장 씨는 오 씨가 돈을 주라고 일러둔 네덜란드인 A(27) 씨에게 현금 19억 원을 넘겨줬다.

하지만 동생 장 씨는 오 씨 등과 해어진 뒤 가방 안에 든 500유로 지폐가 위폐임을 알게 됐고, 사촌 형 장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오 씨 일당에게 돈을 전달하려고 기다리던 세르비아인 B(41·여) 씨를 명동의 한 호텔에서 검거했고, B 씨가 갖고 있던 9억6천만 원을 압수해 장 씨 형제에게 돌려줬다.

경찰은 이어 귀국한 오 씨 일당을 붙잡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혐의로 오 씨와 김 씨를 구속하고 이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아울러 출국한 네덜란드인 A 씨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이탈리아인 3명에 대해선 현지 경찰에 공조수사를 각각 요청하고 사라진 9억4천만 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500유로권 발행 중단을 이용한 유사한 사기 범죄가 재발할 수 있다"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외국환 거래는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당부했다.

a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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