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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 박사·첼리스트 고봉인 "두 영역 모두 끝까지 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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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 박사·첼리스트 고봉인 "두 영역 모두 끝까지 할것"

하버드·프린스턴大 생물학 전공…14일 윤이상 곡으로 연주회 열어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카이스트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첼리스트', '국제 첼로 콩쿠르 수상 이력을 지닌 과학자'….

고봉인(32) 씨는 보기 드물게 과학과 음악, 두 갈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첼리스트이자 의과학도다.

양 분야를 대충 훑는 수준도 아니다.

카이스트에서 유방암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그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생물학 학사를, 프린스턴 대학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엄친아' 의과학도다.

첼리스트로서의 프로필도 화려하다.

1997년 차이콥스키 국제청소년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이후 전문 첼리스트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와 실크로드 프로젝트에서 협연했고, 정명훈이 지휘하는 도쿄 필과 한·중·일 아시아 순회공연을 했다. 2008년 남한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북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윤이상 첼로 협주곡을 협연하며 역사의 현장에 서기도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만난 고씨는 첼리스트와 과학자라는 두 갈래 길을 걷는 이유에 대해 "제 인생에서 한 가지가 사라진다면 불행해질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과 음악은 떼어놓을 수 없는 가장 가까운 '두 친구'였다.

아버지(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장 고규영)와 어머니(피아니스트 백승희)에게서 과학 및 음악적 재질을 동시에 물려받았다.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복수 학위 프로그램이 있는 하버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동시에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첼로 석사 학위를 따내는 식으로 '두 친구'를 모두 놓지 않았다.

요즘도 낮에는 연구실에서 실험에 매진하지만, 저녁을 먹고 난 뒤 오후 8시부터 두 시간 동안은 반드시 첼로 활을 잡은 뒤 다시 실험실로 복귀한다.

물론 그 역시 두 가지를 다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시간이 늘 부족하죠. '연습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혹은 '실험 시간을 더 충분히 가졌더라면'과 같은 고민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한 가지에 매진하는 동료들의 위치와 비교해보면 제가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요."

그러나 그는 음악과 과학, 언뜻 멀게 느껴지는 두 가지 영역이 결국 "사람을 돕는다"는 지점에서 만난다고 믿는다.

"의과학자로서 암세포 연구로 인간의 육체를 살리고, 첼리스트로서는 영혼을 치유하길 원해요. 물론 두 가지 길을 함께 걷다 보면 조금 속도가 느릴 수는 있겠죠. 그러나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제 속력을 지킬 겁니다. 제가 원래 '천재과'는 아니에요.(웃음) 그래서 수학이나 물리학보다 우직하게 실험에 매달려야 하는 생물학이 더 잘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까지 그랬듯 꾸준히, 끈기있게 어려움을 계속 극복해 나가야죠. 두 영역 모두 끝까지 해볼 겁니다."

그의 느리지만 확고한 방향성은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오는 14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작품으로 구성된 연주회를 선보인다.

고씨는 14세 때 독일 유학 중 윤이상의 음악을 처음 접한 이후부터 그의 음악을 알리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경남국제음악콩쿠르(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 출전해 2위를 수상한 그는 자신의 독주회에 늘 윤이상의 작품을 포함하고 있으며 북한 윤이상관현악단과 협연하는 등 윤이상과의 인연을 이어왔다.

"유학 시절 해외에서는 윤이상 선생님 작품이 너무도 많이 연주되고 있음에도, 제가 그분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어요.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이념 논쟁에 계속 시달렸고, 결국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눈을 감은 그의 이야기를 공부한 뒤 먹먹함과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한국 작곡가의 음악은 한국 연주자가 제일 잘할 수 있어요. 그런 사명감을 지니고 그의 작품을 계속 연주할 겁니다."

그는 이번 연주회 전반부에서 첼로 독주곡 '파를란도'와 '활주', '노래' 등을 먼저 선보인다. 2부에서는 동서양 음악 기법의 조화를 꾀한 '오스트베스트 미니아투렌', 후기 작품 '첼로와 하프를 위한 듀오' 등을 선보인다.

그는 "윤 선생님의 작품은 서양 악기와 음정을 사용하지만, 눈을 감고 들으면 음악적 흐름이나 소리는 국악처럼 들리기도 한다"며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음악들을 더 많은 청중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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