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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민심'…울산서 원전 찬반단체 대규모 맞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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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민심'…울산서 원전 찬반단체 대규모 맞불집회

"신고리원전 건설" 삭발식 vs "안전한 사회" 콘서트

도심서 수천 명씩 동시집회…충돌 없이 평화적 해산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찬반단체가 9일 울산 도심에서 각자 대규모 집회를 열어 상호 극명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비슷한 시간대에 열리는 집회여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됐으나 다행히 별다른 사고 없이 평화적으로 집회가 마무리됐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가 주축이 된 원전건설 찬성단체는 '신고리 5·6호기를 사수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날 오후 1시부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집회를 가졌다.

집회에는 한수원 노조 조합원과 가족을 비롯해 울주군 서생면 주민, 원자력 관련 교수와 학생, 신고리원전 건설 노동자, 협력업체 노조, 한수원 퇴직자, 공기업정책연대 등 7개 단체가 참여했다. 주최 측은 참석 인원이 약 8천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사반대', '짧디짧은 공론과정, 공정평가 위반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원전건설 지지 발언, 문화공연, 삭발식 등에 이어 태화강역에서 터미널사거리까지 왕복 2.3㎞ 구간을 행진하고 오후 5시 30분께 해산했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 이상대 신고리 5·6호기 중단반대 범울주군민대책위원장 등 4명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저지를 결의하며 삭발했다.

김병기 노조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위해 국가가 시키는 대로 일했는데, 이제 우리는 '마피아'라고 불린다"면서 "원전 시공사와 협력사, 원전을 자율 유치한 주민들 모두 나라를 생각한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은 한때 하향 추세였지만, 영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은 원전 추가 건설이나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면서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을 불과 3개월 동안의 공론화에 맡겨 졸속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상대 대책위원장은 연대사에서 "원자력은 에너지의 대들보이며, 원자력이 없으면 신생에너지나 대안에너지도 의미가 없다"면서 "대통령이 강조한 '책임총리제'에 따라 에너지 정책은 국무총리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북핵 등 국가 위기관리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건설에 반대하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도 이날 오후 3시 남구 문화예술회관에서 '원전 말고 안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탈핵대회를 열었다.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이어 문화예술회관을 출발해 롯데백화점 광장까지 1.5㎞를 행진했다. 새민중정당 울산시당도 북구 명촌근린공원에서 집회를 개최한 후 4.2㎞를 걸어 롯데백화점 광장에 합류했다.

광장에서는 자유발언, 선언문 발표, 탈핵 콘서트 등의 순으로 집회가 열렸다. 콘서트에는 가수 전인권, 안치환, 크라잉넛 등이 출연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만 5천 명이 참여했고, 문화공연 관람객을 포함하면 1만명(누적인원 기준)이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황혜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대표는 대회사에서 "핵발전은 역사상 가장 위험한 물질을, 가장 오만한 기술로 다루다가 수차례 인류의 재앙을 초래한 최악의 위험시설"이라며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발전소가 모인 곳에 다시 2개를 더 짓겠다는 것이 신고리 5·6호기의 본질이며, 이것이 백지화돼야 에너지 민주주의가 살아나고 후세에 물려줄 에너지 자산이 생긴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신고리 5·6호기를 짓지 않아도 전력수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 미래세대에 위험과 부담을 물려주지 않는 사회, 지속가능한 풍요를 만들 수 있는 사회를 현실로 만들자"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낭독하고 오후 7시께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원전건설 찬성단체가 행진할 때 탈핵단체 집회 장소에서 70m 떨어진 지점까지 근접해 돌발상황 발생이 우려됐으나, 다행히 양측의 접촉은 없었다.


경찰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전제 아래 주최 측과 집회 시간, 행진 경로, 무대설치 장소 등을 협의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당부했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11개 중대(1천100여 명)를 동원했으며, 대규모 집회와 행진에 따른 차량정체를 최소화하도록 교통경찰관 200명을 배치했다.

hk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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