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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푸미폰국왕 '세기의 장례식' 한달앞…막바지 준비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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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푸미폰국왕 '세기의 장례식' 한달앞…막바지 준비 한창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70년간 태국의 왕위를 지키며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라마 9세, 2016년 서거)의 장례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방콕 시내 왕궁 근처는 막바지 장례식 준비로 분주하다.

수은주가 33도를 가리키고 체감기온은 35도를 넘어서는 8일 낮.

태국 왕실의 화장터로 쓰이는 왕궁 건너편의 사남 루엉 광장에서는 수백명의 인부들이 아직 지지대를 철거하지 않은 전통양식의 건축물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인부들은 무려 1년간의 오랜 애도 기간을 거쳐 화장(火葬)으로 마무리되는 푸미폰 전 국왕의 장례식을 위해 지어진 건축물에 대한 막바지 세부 단장에 몰두하고 있었다.

태국은 전체 인구의 95%가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지만 종교와 문화 속에 힌두교와 자연종교의 의식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국왕을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주인공인 '라마'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국왕의 장례식은 라마야나를 현실 공간에서 재현하는 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미폰 국왕의 다비식(茶毘式)이 열릴 화장터는 약 12만㎡ 크기의 광장을 3분의 2가량 사용하는데, 화장터 중앙에는 수미산(須彌山,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을 형상화한 50m 높이의 건축물이 우뚝 섰다.






태국 국왕의 화장터가 수미산을 테마로 지어지는 것은 국왕을 인간과 함께 사는 신(神)으로 여기고 인간세계의 임무를 마치면 수미산으로 돌아간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 수미산을 에워싸고 있다는 8개의 큰 산과 바다 모형은 물론 서사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상도 세워졌고, 인근에는 장례식에 사용될 별도의 건물들도 설치됐다.

화장터 설계 총책임자인 폰툼 투위몬 박사는 "국왕은 살아있는 신이며 사후에는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화장터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푸미폰 국왕은 국민 모두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따라서 작업은 국민 모두에게 중요하다. 또 개인적으로도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10월 13일 서거한 푸미폰 국왕의 장례식 준비는 광장에서만 진행된 게 아니다.

광장 오른쪽 길 건너편에 있는 태국 문화부 산하 미술청에서는 국왕 장례식에 쓰일 관(棺)과 유골함을 제작해왔다.






국왕의 시신을 화장터로 옮길 때 사용될 관과 화장 후 수습한 유골을 담을 함을 만드는 데는 고가의 백단(白檀) 나무가 쓰였다. 남부 쁘라쭈압키리칸 주(州)에 있는 쿠이부리 국립공원에서 가져온 나무를 작은 크기로 잘라 7개월 가까이 이어붙이는 공을 들였다.






미술청 관계자는 "시신을 안치할 관에는 3만 개 이상의 백단 나무 조각이 사용됐다. 관과 유골함을 만드는데 최소 1억 바트(약 34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곳에서는 장례식장의 동서남북 방향에 세울 높이 약 3m의 대형 신상(神像)과 수미산(장례식장) 초입에 있다는 '힘마판 숲'에 세울 피조물상 200개에 화려한 색을 입히는 작업도 한창이다.















또 왕궁 근처에 있는 방콕국립박물관의 유물 보관실 겸 전시실에서는 장례식 당일 시신 운구에 사용될 '왕실 전차'의 개보수 작업도 진행 중이다.

1795년 아유타야 왕조 시절부터 왕실 장례식에 사용되어온 이 전차는 길이가 18m, 폭 4.8m, 높이 11.2m, 무게는 13.7t에 이른다.









꼭대기에는 역시 수미산을 상징하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시신이 안치돼 운구되며, 전차 전면과 옆면에는 힌두교의 천사격인 '데바'와 용(龍) 모양의 '나가' 형상의 장식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1월 태국 문화부가 장례식장 디자인을 발표하면서 본격화한 다비식 준비는 거의 마무리단계에 와 있다는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방콕국립박물관의 큐레이터인 수파완 농눗은 "70년 만에 치르는 국왕의 장례식이지만 우리는 존경하는 국왕을 위해 전통에 따라 철저하게 준비했다"며 "준비는 거의 마무리됐다. 목표로 정한 오는 15일까지는 모든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미폰 국왕의 장례식은 다음 달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진행된다. 전 세계 지도자들과 왕족들이 참여하는 '세기의 장례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날은 국왕을 위한 기도회가 열리고, 둘째 날에는 푸미폰 국왕의 시신이 왕궁에서 장례식장으로 운구되고 마하 와찌랄롱꼰 현 국왕 주재 아래 화장이 진행된다. 시신운구와 화장식 사이에는 각종 문화 공연이 열린다.

셋째 날인 10월 27일에는 유골이 수습돼 왕궁으로 돌아간다. 이후 하루 동안 기도회가 열리고 마지막 날인 10월 29일 국왕의 유골이 2개의 사원에 안장되면 장례식이 마무리된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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