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전쟁' 두테르테, 등잔 밑 어둡다?…아들은 마약밀수 부인
마약용의자 수천명 즉결처형해놓고 가족 일은 모르쇠…여론 '부글'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아들이 마약밀수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마약사범 수천명을 사살한 '마약전쟁'을 이어가는 대통령이 정작 가족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다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들 파올로는 7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의 부시장인 파올로는 중국에서 1억2천540만달러(약 1천414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반입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사위도 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세라와 결혼한 마나세스 카피오는 파올로와 마찬가지로 "불법 마약밀수에 연루된 적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루머와 가십"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마약밀수 연루 의혹은 한 세관 브로커의 증언에서 시작됐다.
세관 브로커 타구바는 지난달 하원 청문회에서 마약밀수를 위해 세관 직원에게 뇌물을 줬으며, 이 돈이 파올로가 이끄는 '다바오 그룹'이란 조직으로 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정부에 비판적인 한 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파올로의 등에 마약 갱단의 조직원임을 증명하는 문신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파올로는 "뜬소문에 근거한 주장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문신에 관해 설명하기를 거부했다.
상황이 이렇자 두테르테 대통령을 향한 원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저항하는 마약 용의자는 사살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필리핀에서는 미성년자를 포함해 3천800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에 사살됐고, 국제사회와 필리핀 국내에서 피난 여론이 들끓었다.
자경단이나 괴한 등의 총에 맞아 숨진 마약사범을 포함하면 사망자가 1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여기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가족이 마약밀수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달 야당인 자유당 소속의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난한 마약사범 단속을 즐기면서도, 세관을 슬쩍 통과한 수 톤의 불법 마약에 대해서는 귀를 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 대변인은 "파올로와 카피오 두 사람이 상원에 출석한 것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악의적인 주장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들의 마약밀수 연루설이 불거지자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