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집회시위 자유 중요하지만 국민불편도 생각해야
(서울=연합뉴스)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 경찰이 그동안의 통제 중심 대응 관행에서 탈피해 인권 친화적 개선안을 시행키로 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인권침해 논란이 자주 제기됐던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의 종합 권고안을 내자, 경찰이 모두 수용한 것이다. 경찰개혁위가 제시한 '집회시위 자유보장방안' 권고안은 신고제인 집회시위에 대해 금지통고를 남발하던 관행을 깨기 위해 금지통고를 최소화하고, 살수차는 소요사태 또는 핵심 국가시설에 대한 공격행위 때만 사용하도록 했다. 경찰 버스를 잇대어 배치하는 차벽은 과격 폭력 행위를 제지할 수 없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했고, 해산명령과 강제해산도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명백히 초래된 경우 등에만 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 21조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며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신고제인 집회시위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금지통고제를 적용해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해왔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 등을 탄압·억제하기 위해 집시법을 악용한 잔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경찰이 이번 개혁위 권고안을 전면 수용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직사 살수 방식을 '지면 살수 후 점차 상향해 가슴 이하 살수'로 제한한 대목은 2015년 11월 집회 현장에서 살수차의 강한 물줄기에 맞고 쓰러져 숨진 백남기 농민 사건을 염두에 둔 듯하다.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의 통행까지 막아 불편을 초래했던 차벽의 설치를 엄격히 제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개혁위 권고안은 한마디로 평화적 집회·시위에 대해 경찰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라는 것이다. 경찰은 집회시위의 신고 접수부터 현장대응, 종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인권 친화적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조치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걱정할 만한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불법 폭력시위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봐도 우리의 집회시위 문화는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다. 요즘도 전국 곳곳에선 대형 스피커와 마이크를 든 시위대가 엄청난 소음으로 심한 불편을 주고 있지만 경찰은 법 집행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 중심에서 대규모 집회나 시위가 벌어지면 시민들은 온종일 극심한 차량정체에 시달려야 한다. 그런데 경찰개혁위는 집회시위 도중 도로로 통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으니 참가자들에게 '불법 도로점거'(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고 했다. 집회나 시위로 불편을 겪고 인권을 침해당하는 다른 시민의 권익도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일선 경찰 사이에서도, 시민 전체의 안전과 편익보다 집회·시위하는 쪽의 자유만 보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한다. 경찰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를 살리되 다른 시민한테 지나친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경찰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버리고 '인권 경찰'로 거듭나려는 것은 좋다. 하지만 앞뒤 따지지 않고 너무 보여주기에 집착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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