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법원 "사전통보 안한 직원 이메일모니터링 기본권 침해"
직원의 사적인 통신내용에 대한 회사의 모니터링 권한 제한 판결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 인권법원은 5일(현지시간) 기업이 종업원들의 회사 이메일을 모니터할 경우엔 이를 사전에 알려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유럽인권법원은 이날 루마니아의 회사원인 보그단 미하이 바르불레스쿠가 회사 사무실에서 회사 이메일 계정을 이용해 형과 약혼녀와 연락했다는 이유로 10년 전 해고된 데 대해 회사 측이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17명의 판사 가운데 11대 6의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루마니아 법원은 바르불레스쿠가 똑같은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으나 유럽의 인권 관련 최고법원인 유럽인권법원은 루마니아 법원의판결을 뒤집었다.
유럽인권법원은 바르불레스쿠의 고용주가 미리 그의 이메일 내역을 모니터한다는 것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루마니아 법원이 그의 사생활과 통신비밀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했다고 결정했다.
바르불레스쿠가 사전에 회사측으로부터 모니터링 범위와 본질 또는 그의 메시지 내용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측이 이를 모니터링한 것은 그의 사생활과 통신비밀 침해라는 것이다.
유럽인권법원은 또 회사 측이 바르불레스쿠의 통신내역을 모니터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평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가 사적으로 회사 이메일을 사용함으로써 회사의 IT시스템에 손상을 입히는 등 회사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바르불레스쿠는 사측이 문서를 통해 그가 회사의 통신서비스를 업무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통지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유럽인권법원은 사측의 이런 지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직장에서 개인의 사교생활을 '제로 상태'로까지 감소시킬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직원의 사적인 통신 내역에 대한 회사의 감시 능력을 제한한 이번 판결은 직장에서 회사원들의 이메일 및 컴퓨터 사용에 대한 사생활 보호 논란과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의 이메일 모니터링과 회사원의 프라이버시 권리간 경계를 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사람이 직장에서 사적인 통신을 위해 회사 이메일을 사용하자, 회사 측은 직원들이 회사 이메일을 적절하게 사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메일과 컴퓨터 사용을 모니터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있어 '이메일 프라이버시'가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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