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품에 안기고 싶어요"…미 소매업체들 피인수 고대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아마존이 사주었으면 좋겠는데...."
사업 부진으로 고민하는 미국 소매업계에서 아마존에 인수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아마존이 미국의 최대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를 137억 달러(약 15조4천920억 원)에 사들였다는 소식은 미국 소매업계에 충격파를 일으켰다.
하지만 인수 내막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아마존의 다음 인수 목표가 될지 모른다는 희망도 품게 됐다는 것이다.
홀푸드가 아마존의 품에 안기게 된 과정은 통상적인 인수ㆍ합병(M&A) 스토리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행동주의 주주들로부터 압박을 받던 존 매케이 최고경영자(CEO)는 아마존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자 바로 이 회사에 사실 여부를 문의했다는 것이다. 맥케이 CEO는 인수 협상이 진행된 수개월을 "폭풍 같은 로맨스"라고 표현했다.
몇몇 투자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홀푸드 인수가 발표된 지난 6월 이후 의류와 식료품, 편의점 운영업체들로부터 아마존의 의사를 대신 타진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은행의 소비·유통업 담당자는 요즘 화두가 온통 아마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은행 관계자는 궁지에 몰린 유통업체들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마존의 CEO 제프 베저스에 의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마존은 1995년 출범한 이후 서점과 음악, 클라우드 컴퓨팅에 이르는 다양한 부문에서 약 130개의 기업을 사들였지만 모두 자잘한 것이었다. 홀푸드 이전의 최대 M&A는 게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트위치를 9억7천만 달러(1조969억 원)에 사들인 것이었다.
FT는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 컨설팅 기업들 사이에서도 베저스의 레이더에 어떤 기업이 놓여있을지를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베저스 본인이 소매업체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웨드부시 증권사의 에이런 터너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이 식품 사업 분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 음식 배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그럽헙을 사들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터너 애널리스트는 "당장은 아니지만 아마존이 식품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헙럽을 사들이면 5만 개의 레스토랑과 900만 명에 가까운 단골손님들의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나 타겟이 아마존의 다음 목표가 될 것으로 보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점포망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점포 방문 트래픽을 연구하는 업체인 포스퀘어의 제프 글루크는 고급 백화점 체인인 노드스트롬이나 패션 안경 전문 유통업체인 워비 파커 등이 아마존에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마존에 대한 소매업계의 관심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미국인들의 소비 패턴이 급변하면서 사업 여건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미국 백화점 매출은 2010년 이후 18%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적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올해 최소한 9천만 평방피트(836만1천274㎡) 면적의 점포 공간이 폐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마존이 어려움을 맞고 있는 소매업체들에 백기사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높지만, 투자은행 관계자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고 한다.
고객들로부터 아마존의 의사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은 몇몇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사업의 구조조정이나 경쟁사와의 합병을 통한 비용 절감을 통해 마진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을 충고했다는 것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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