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년 진흥계획 마련…스타 의존도 심한 제작구조에도 메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을 틈타 한국 드라마를 규제하면서 자국 드라마 산업의 대대적인 정비와 육성에 나섰다.
5일 중국경제망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상무부, 인력자원사회보장부 등 5개 부처는 전날 합동으로 '드라마 진흥을 위한 약간의 정책 통지'를 마련했다.
모두 14개 조항으로 된 통지는 드라마 제작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구매·유통, 방송, 홍보 행위를 규제 정비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먼저 창작 드라마를 늘리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 계획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당과 국가, 인민, 영웅을 찬양하는 대량의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 시범적 인도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드라마 극본 창작도 지원한다.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지침으로 삼아 혁명역사나 현실, 농촌을 소재로 원작 창작에 중점을 두는 드라마 작가 지원에 나서도록 했다.
특히 스타 의존도가 심한 현재의 중국 드라마 제작구조에 대해서도 칼을 들이댔다. 중국 정부는 이번 통지에서 스타 출연자를 유일한 드라마 가격기준으로 삼는 행위를 엄금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보수는 최저 2천500만 위안에서 최고 1억 위안에 이르러 제작비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과도하다.
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드라마 투입분배 시스템을 구축하고 드라마 방송 구조와 제도를 완비하며 시청률 조사와 관리도 규범화하도록 했다.
아울러 우수 드라마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드라마산업 인력을 육성하는 한편 산업 종사자의 사회보장 권익을 지지해주고 드라마 비평소개를 강화하며 재정투입 시스템도 정비토록 했다.
중요 시간대에 방송되는 드라마는 가치관과 예술적 품격이 뛰어난 우수 극본을 신중하게 골라 자금을 지원하고 추천 소개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여기에 중국중앙(CC)TV의 종합채널과 드라마 채널, 각 지방 위성방송 종합채널, 인터넷 동영상 채널은 매년 모두 황금시간대에 중대 혁명역사, 농촌, 소수민족, 군사 등 소재로 한 드라마를 방송하도록 했다.
중국은 지난해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으로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하며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중국 내 송출 금지, 한국 드라마 및 예능 협력 프로젝트 체결 금지 등의 비공식 한류 제한 조치를 내놓았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원천 봉쇄에 이어 중국 당국은 외국방송의 포맷을 빌린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도 제한하거나 한국 아이돌의 공연도 금지하며 한류 전반에 대한 규제로 확대했다.
중국 당국은 이 사이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지도지침을 잇따라 내놓으며 자국 방송제작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한국 드라마산업의 내부구조를 깊숙이 연구해 이번 진흥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지나치게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어 한계도 뚜렷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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