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中연변주 "지진 아닌 北핵실험 확인후 피 거꾸로 솟았다"
"북한 악행의 피해자는 연변주민…이웃 깡패국가 탓에 불안하다"
"北 핵실험, 연변주 성립 65주년 행사에 찬물 끼얹었다"고 지적
(옌지<중국 지린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한 다음날인 4일 북중접경인 중국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민들은 "바로 이웃에 있는 깡패국가 때문에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연변자치주 주도인 옌지에서 북중접경까지 70㎞에 불과해 북한 핵실험에 따른 규모 5.7도 인공지진 진동을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느꼈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옌지 주민 리(李)모(46) 씨는 "지진 당시 16층 아파트 안방에 있었는데 놀라서 가족들을 데리고 탈출에 나섰다"며 "엘리베이터는 위험할 것 같아 계단을 이용했는데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옌지에서 양로원을 운영하는 중국인은 "(지진 당시) 갑자기 창문과 현관문이 흔들리고 천정에 달아둔 장식물이 진자처럼 요동을 쳤다"면서 "놀란 노인들을 바깥 마당으로 대피시키고 여진이 있나 지켜봤으나 다행히 그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도심 서쪽 연변대 앞 도로에서 만난 대학생 천(陳)모 씨는 "기숙사에서 느낀 이번 지진의 진동은 작년 이맘 때 발생한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며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옌지 도심을 관통하는 부르하퉁하 강변에서 만난 쑨(孫)모 씨는 "조선(북한)의 핵실험은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를 개최한 중국의 체면을 깎았다"며 "문제는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의 첫번째 피해자는 연변 주민들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쑨 씨는 "정부가 방사능 측정을 한 결과 다행히도 둥베이(東北)지역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으나 중장기적으로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가 없다"면서 "이번에 중국과 국제사회에 조선 핵실험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옌지에서 폐막한 조선족기업가협회 10주년 행사에 참석했던 한 조선족 기업인은 "중국과 조선(북한)을 오가며 무역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하루속히 조선이 개방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방을 통해 경제 활로를 만들어야지 핵실험으로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연변자치주 성립 65주년을 맞아 옌지시 정부와 연변자치주 정부가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했으나 북한 핵실험이 행사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무원 진(金)모 씨는 "이번 자치주 성립 기념행사는 해외와 국내(중국) 개발지역으로 떠난 조선족들에게 고향 방문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사상 처음으로 '중국조선족 문화관광절축제'로 진행한다"면서 "3일 오전 기념식에 이어 빛축제와 각종 민속문화·전통체험 중심의 즐길거리를 마련해 즐길 찰나에 핵실험으로 많은 사람이 놀라고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핵실험 진동을 옌지보다 좀더 먼저 느낀 허룽(和龍), 룽징(龍井) 등 접경 인접지역 주민들의 공포는 더욱 강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는 북중접경에서 불과 100㎞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아서 국경을 맞닿은 지린성 남쪽에서 가장 먼저 지진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연변주 허룽에 사는 한 교민은 "건물과 도로가 흔들리는 느낌에 놀라 집 밖으로 뛰쳐나오자 이웃 주민들도 같은 모습이었다"며 "다행히 건물 붕괴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진짜 지진이 아니라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여파였다는 것을 알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핵실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차분하게 바라보자는 시각도 제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비록 북한이 6번의 핵실험 중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실시했지만 사실 북한의 군사도발은 그만큼 국제사회의 인정과 대화제의를 바라는 반증일 수도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국제사회가 단결해 압박과 대화를 시행하면 도발이 오래 못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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