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기업, 민간기업 밀어내고 해외 M&A 큰손 등극
국유기업 상반기 해외 M&A 32조원…1년반만에 민간기업 추월
민간도 해외 M&A 관심 여전…레전드, 룩셈부르크 은행 인수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중국 당국이 최근 민간기업의 해외 투자에 대한 단속에 나서면서 중국의 해외 인수·합병(M&A)에서 국유기업이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4일 회계법인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와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과 펀드는 올 상반기 287억 달러(약 32조4천223억 원) 규모의 국경 간 M&A를 진행해 민간기업의 266억 달러(30조580억 원)를 웃돌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중국 국유기업의 M&A 규모가 민간기업을 웃돈 것은 1년 6개월 만이다.
국유기업의 M&A가 작년 하반기보다 86% 급증한 반면 민간기업은 40%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가 범유럽 물류부동산회사 로지코(Logicor)를 138억 달러(15조6천230억 원)에 인수한 점 등이 국유기업의 M&A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민간기업의 M&A가 감소한 것은 해외 M&A를 활용한 자본 유출을 우려한 당국이 작년 말부터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은행 감독당국은 HNA(海航·하이항)그룹과 다롄완다(大連萬達), 푸싱(復星), 안방(安邦)보험 등의 부채와 이들 기업이 은행권에 초래한 시스템 위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국유은행들은 올해 민간기업의 M&A 거래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중단했다.
홍콩의 중국계 은행 고위 임원은 해외 자금 공급이 가능한 기업 고객과 관련, "국유기업, 그리고 더 큰 기업에만 지원한다"며 거래 성사 후에도 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성(省)급을 포함해 지역 기업과 거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국유 투자기업 임원은 "국유기업이 당국과 소통 채널을 갖고 있다. 정부 지침을 잘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중국 민간기업은 해외 투자에 대한 당국 감시에도 여전히 해외 M&A에 적극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레노보(聯想·롄샹)의 모기업인 레전드홀딩스(?想控股)는 룩셈부르크국제은행(BIL)의 지분 90%를 14억8천만 유로(1조9천921억 원)에 매입할 것이라고 지난 2일 밝혔다.
레전드홀딩스의 BIL 인수는 레전드홀딩스 주주와 유럽중앙은행(ECB), 룩셈부르크 금융당국 등의 승인을 거쳐 내년 1분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류촨즈(柳傳志) 레전드홀딩스 창립자 겸 회장은 성명에서 "이는 레전드에 중요하고 흥미로운 전략적 투자"라며 "금융서비스는 레전드의 주요 목표 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금융서비스는 당국의 규제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국 감시설이 제기된 푸싱그룹의 쉬샤오량(徐曉亮) 공동 대표도 지난달 31일 홍콩에서 블룸버그 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당국이 최근 2건의 인수를 승인했다며 정부가 좋은 거래라고 지목한 분야에 집중해 예정대로 해외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쉬 대표는 "현재 정부가 무엇을 독려하고 무엇을 반대하는지, 어디에서 국제적 입지를 확정해야 할지 분명히 안다"며 "향후 우리가 달성하려고 하는 것을 정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싱은 2014년 이후 M&A 규모가 약 140억 달러(15조8천550억 원)에 달했지만, 당국의 단속 이후로는 7억3천200만 달러 규모의 프랑스 마가린 제조업체 생 위베르(St Hubert) 인수와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콜러 베타이리궁스(Koller Beteiligungs) 인수 발표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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