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질병 퇴치' 국제단체 "대북 인도적 지원 계속해야"
글로벌펀드 대회협력이사 방한…"한국 정부, 더 많은 기부 잠재력 있어"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북한이 핵실험을 했어도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서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기업·재단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3대 질병(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에 앞장서는 민간단체 '글로벌펀드'의 크리스토프 벤 대외협력이사는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02년 설립된 글로벌펀드는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이뤄지는 3대 질병 퇴치 프로그램에 연간 40억달러(약 4조4천820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보건분야 국제 민간단체 가운데 기금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6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한 3일 한국을 찾은 벤 이사는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한국 국민이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더 큰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이어 "북한을 돕는 것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라며 "북한 정부의 정책과는 별개다. 북한 정부에 돈을 주는 것이 아닌 북한 주민에게 약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 이사는 또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세계 여러 국가와 강한 연대를 맺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 각인시켜줘야 한다"며 "한국은 글로벌펀드를 통해 공적개발원조 분야에서 국제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보 측면에서도 북한의 말라리아와 결핵을 퇴치하는 데 한국이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 이사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는 휴전선과 상관없이 남한으로 내려올 수 있다"며 "한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북한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펀드는 2010년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총 1억257만 달러(약 1천149억원)를 지원해 결핵 환자 19만4천명을 치료했다. 또 모기장 227만개를 배포해 말라리아 예방에 기여했다.
벤 이사는 한국 정부의 글로벌펀드 누적 기부액이 글로벌펀드가 북한에 지원한 금액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이 경제 규모에 걸맞는 국제 원조를 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한국 정부는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글로벌펀드에 3천300만 달러(약 369억원)를 지원했다. 2001년 이후 누적 기여금 순위는 전체 28개국 중 23위로 일본(5위), 캐나다(7위), 호주(13위), 중국(20위)보다 낮다.
벤 이사는 "한국 정부가 2014년부터 연간 400만달러(약 44억원)를 기부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한국이 더 많은 기부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 글로벌펀드와 한국 정부가 더 강한 파트너십을 맺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벤 이사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전세계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한국과 글로벌펀드의 파트너십 강화' 간담회에 참석하고 정부 관계자를 면담한 뒤 6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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