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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잃었다"…인종청소 직면한 로힝야족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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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잃었다"…인종청소 직면한 로힝야족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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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잃었다"…인종청소 직면한 로힝야족 절규

세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미얀마군 약탈·방화 피해 탈출

지난달 25일 이후 400명 사망, 맨발로 국경 넘은 난민 6만명

먹을 것·입을 것 없는 진흙 바닥서 생활…국제사회 무관심속 참극 되풀이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됐습니다."

2일(현지시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국경의 쿠투팔롱 로힝야족 난민 캠프에서 만난 로힝야족 여성 라미자 베굼은 미국 방송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주름진 눈가에는 눈물이, 맨발에는 진흙이 가득했다. 스카프 밖으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했다.

베굼은 미얀마군의 공격으로 집이 불타 없어지자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피신을 왔다.

그녀는 "아무것도 가져올 수가 없었다"면서 "이 옷도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구걸해 얻었다"고 말했다.

이 난민 캠프에는 비슷한 사연을 가진 로힝야족 수천명이 머무르고 있다.

유엔은 지난달 25일 이후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약 6만 명의 로힝야족이 탈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국경 마을 곳곳에 차린 낡은 캠프에 흩어져 지내고 있다.

이들은 걷지 못하는 노인, 아이와 옷가지를 싼 비닐포대 하나를 어깨에 들쳐 메고는 몇날 며칠 폭우 속 진흙탕을 걸은 끝에 캠프에 당도했다.





이들은 미얀마 군의 살인과 방화, 약탈을 피해 도망쳐왔다고 말한다.

하미다 베굼은 "그들은 우리를 때리고, 총을 쏘고, 죽을 때까지 발로 찼다"며 "많은 사람이 죽었고, 많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미얀마 군이 국경을 넘으려던 로힝야족을 향해 박격포탄을 발사하고 기관총을 난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에 주로 거주하는 로힝야족은 미얀마의 여러 소수 민족 중 하나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는 무슬림인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불교로 개종을 강요하거나 토지 몰수, 강제 노역, 이동의 자유 박탈 등 각종 차별·탄압 정책을 펴왔다.

유엔은 2012년 로힝야족을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 민족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로힝야족과 미얀마의 갈등은 역사가 오래됐지만, 미얀마군의 박해는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무장세력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30여 개의 경찰초소를 습격한 뒤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370여 명의 반군이 사살됐고, 미얀마 군경과 공무원, 민간인을 포함한 사망자는 400명에 육박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이 사실상 '인종청소'를 시도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에도 라카인 주 국경 마을에서 경찰초소 습격사건이 벌어졌는데, 미얀마군은 로힝야족 무장세력을 배후로 지목하고 이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몇 달간 무장세력 토벌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과 인권단체는 미얀마군이 무장세력 토벌 과정에서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7만5천여 명의 로힝야족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방글라데시 치타공 대학 국제관계학 교수 아시라풀 아자드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가 원하는 것은 모든 로힝야족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로힝야족이 목숨을 걸고 겨우 국경을 넘는다 해도 머무를 곳은 마땅치 않다. 현재 국경 지대에 쓰러져가는 캠프 만해도 사람은 계속 늘고 있지만, 물도,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부족하다.

적십자 등 국제 구호단체가 구호용품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캠프가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대부분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얀마와 관계 개선을 원하는 방글라데시는 이들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방글라데시 국경 수비대는 순번을 바꿔가며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로힝야족이 국경 나프강에서 배를 타고 방글라데시로 들어가려 시도하다 익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달 말 난민선 한 척이 전복돼 여린이와 여성 등 21명이 숨졌다.

국경수비대의 한 군인은 수용소 경비 때문에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아드하 휴가마저 취소됐다고 툴툴대면서 "모두가 패배자"라고 말했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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