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11%만 세금 내…모두 내면 재정 647억원 늘 듯"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종교인 1인당 세금 30만7천원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종교인 과세가 실행되지 않아 종교인이 내지 않는 세금이 647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의 '정부예산의 종교 지원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종교인 89%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세금 미납 종교인의 조세지출 금액은 647억원에 달한다고 추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조세지출은 정부가 걷어야 할 세금을 비과세·감면 때문에 부과하지 않아 발생한 재정 수입 감소분을 뜻한다. 납세자 입장에선 그만큼 세제 혜택이 있다는 의미다.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종교인 과세는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종교인 대부분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있지만, 일부 종교인은 근로소득을 과세당국에 신고해 납부하고 있다.
종교인의 소득이 근로소득으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면 징수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현행법으로도 종교인 과세는 가능한 셈이다.
정 소장은 "결국 현재 종교인이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은 세법 체계상 정상적으로 과세 대상에 속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세정 형태의 비과세 감면 혜택을 받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종교인 중 11%가 세금을 납부했고 이들의 1인당 세금 납부액은 30만7천원이다.
종교인이 납부한 근로소득세 총액은 80억원 정도다.
이 같은 자료를 기반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나머지 종교인들이 평균 금액 정도로 세금을 낸다고 가정하면 647억원이 나온다는 것이 정 소장의 설명이다.
종교인 과세가 내년부터 시행되더라도 종교인에 대한 조세지출은 계속 발생한다고 정 소장은 지적했다.
종교인 과세제도에서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잡고 있어서다.
기타소득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 이외에 강연료·인세·자문료·사례금 등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붙는 세금이다.
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 과세 대상에서 빠져 소득의 4%만 세금을 내면 된다.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보다 공제되는 비용이 많아 세액이 적을 공산이 크다.
정 소장은 "세법 체제 내에서 현재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종교인의 세금 체계가 근로소득으로 보는 것이 합당한 만큼 근로소득과세와 기타소득 과세의 차이만큼 조세지출이 발생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종교인 과세 미실행에 따른 조세지출액을 포함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종무실 종교 관련 예산, 문화재 보수 정비 예산 등 종교단체에 지원되는 협의의 정부예산은 약 4천500억원, 종교 재단 초중등학교 지원금, 종교단체 공적개발원조(ODA)까지 아우르는 광의의 정부예산은 약 3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정 소장의 추정이다.
그는 "종교단체에 지원하는 예산의 종류와 성격, 지원 이유를 명확히 공개하고 예산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가 명확히 수행돼야 한다"며 "국민의 세금을 통해 종교계가 지원을 받았다면 사용처, 사용 이유, 효과에 대한 공공의 참여와 통제를 통해 분석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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