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징크스'에 또 덜미 잡힌 한국…'지긋지긋한 6년 7개월'
2011년 1월 아시안컵 8강서 1-0 승리 이후 5경기 연속 무승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한국 축구가 지긋지긋한 '이란 징크스'에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무려 6년 7개월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지만, 한국은 또다시 이란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승점 1만 얻는 데 그쳤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이란과 최근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의 부진을 털어내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4연패의 사슬을 끊었지만 속 시원한 경기 내용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축구 팬들을 답답하게 했다.
승점 3을 챙기지 못한 한국은 결국 내달 5일 치러지는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10차전 최종전에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도전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란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가장 안타깝다.
한국이 이란을 상대로 승리를 따낸 것은 2011년 1월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1-0으로 이긴 게 마지막이다.
그로부터 6년 7개월 동안 한국은 이란에 내리 4연패를 당했다. 4경기 모두 0-1 패배였다.
2012년 10월 16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에서 0-1로 패한 한국은 이듬해 6월 18일 울산에서 다시 만난 이란에 0-1로 또 패했다.
한국은 울산에서 이란에 패했을 뿐만 아니라 '주먹 감자'의 굴욕까지 맛봤다.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한국 벤치 쪽으로 다가와 악수가 아닌 '주먹 감자'를 보여주는 최악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케이로스 감독의 도발에 화가 난 한국 선수들은 벤치를 박차고 뛰어나가려고 했지만 코칭스태프가 가까스로 말리면서 겨우 일단락됐다.
치욕을 당했지만, 이란은 여전히 한국 축구에 높은 벽이었다.
한국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였던 2014년 11월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원정으로 이란과 친선전을 펼쳤지만 역시 0-1로 물러서야만 했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11일 테헤란 원정으로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에서 이란과 다시 격돌했고, 끝내 상대 골문을 열지 못하고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란을 상대로 4연패의 굴욕을 당하는 순간이었다.
'이란 징크스' 탈출이 절체절명의 임무가 된 태극전사들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의 갈림길에서 '난적' 이란과 다시 만났다.
공교롭게도 성적 부진으로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나고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A매치가 이란이었다.
신 감독은 철저한 '비공개 훈련'으로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이란을 꺾을 필승 전술을 준비했다.
하지만 황희찬(잘츠부르크)이 무릎 부상을 떠안고 대표팀에 소집되고, 손흥민(토트넘)마저 오른팔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깁스를 풀지 않은 상태에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무릎 수술 여파로 재활에 나서는 등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경기의 중요성을 고려해 신 감독은 황희찬과 손흥민을 선발로 내세우는 결정을 내리는 등 총력전을 펼쳤지만 끝내 무승부에 그치면서 이란 '무승 징크스'는 6년 7개월째 이어지게 됐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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