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변기·들끓는 바퀴벌레…佛 최악의 경찰서는?
경찰 열악한 근무환경 고발하는 사진 경연대회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막힌 변기, 들끓는 바퀴벌레, 쓰러질 듯한 경찰서 건물, 50만㎞나 달린 경찰차….
프랑스 경찰관들 사이에서 최악의 근무환경을 뽑는 사진 경연대회가 진행돼 눈길을 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단체인 국가독립경찰연합(UPNI)은 최근 근무환경이 가장 열악한 경찰서를 뽑는 사진 경연대회를 진행 중이다.
프랑스 경찰관들이 경찰서의 낙후한 시설을 찍은 사진을 다음 달 10일까지 UPNI에 보내면 단체는 이 중에서 최악의 경찰서를 선정하게 된다.
아직 사진 접수 기간은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사진들은 충격 그 자체다.
경찰서 배수구에는 바퀴벌레가 들끓고, 화장실 변기는 막혀있으며 그나마 있는 난방기구는 칠이 벗겨져 제대로 기능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또 경찰차 대부분은 고장 나 있고, 주행기록계가 무려 50만㎞를 찍은 '고물' 경찰차도 있었다. 그나마 멀쩡한 경찰차는 뒷좌석 시트가 모두 찢겼다.
경찰관들의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하는 사진들도 포착됐다.
한 경찰관은 경찰차 히터 앞에서 빨래를 말렸고, 주차장에서 이불을 편 채 잠을 청하는 경찰관도 있었다.
UPNI 측은 프랑스 경찰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진행했다며 "경찰관의 일상 중 알려지지 않을 부분을 공유하고 싶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주장했다.
BBC방송은 충격적인 사진이 많아 이 사진들이 연출되거나 시간이 지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2015년부터 잇따라 발생한 대형테러로 경계수위가 높아지면서 경찰관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10월 파리 근교 비리 샤티용에서 경찰차에 화염병이 날아들어 경찰관 4명이 심하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자 프랑스 경찰관 300여 명이 자신들을 상대로 한 폭력에 반대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2억5천만유로(약 3천340억원)를 들여 구식 장비 교체와 경찰서 보수에 나섰지만, 경찰은 이 예산이 모두 대테러 활동에 투입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부 지출 추가 삭감을 예고하면서 경찰 예산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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