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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공기관 역량으론 블라인드채용 어려워"[조세재정硏]

"연공서열 인력운영으론 한계…합리적 보상하는 조직체계 구축해야"

"정부 주도가 아닌 공공기관 자율적 진정성도 확보해야"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 잇따라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각 기관이 전문적인 채용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오히려 청탁과 같은 부정에 노출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우려가 나왔다.

지금과 같은 역량이라면 서류 전형이나 면접보다는 필기시험 결과에 따라 채용할 가능성이 커, 사회 형평이라는 블라인드 채용의 본질적인 취지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31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이 연구원의 박한준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채용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서 최근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질 좋은 일자리'인 공공기관을 통해 '스펙'을 초월한 사회형평적 채용을 중요 선도 정책 방향으로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32개 공공기관 전체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서 전면 시행에 나선 블라인드 채용이 그러한 예이다. 정부는 이달부터는 149개 지방공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

입사지원서에 학력·출신 지역·가족관계·신체조건·사진 부착란을 제거했고, 지역인재 채용 확대를 위해 최종학교 소재지만 기재할 수 있게 했다.

면접에서 면접관은 인적사항 질문을 할 수 없고, 발표나 토론 방식의 면접을 통해 업무역량을 평가하게 된다.

보고서는 그러나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사회형평적 채용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봤다.

제도의 기본 취지뿐 아니라 발생 가능한 다양한 잠재적 결과를 예측해 정교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각 공공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적합한 인력을 선발할 수 있는 채용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정보가 차단된 블라인드 채용이 진행되면 사적 관계에 의존하거나 청탁에 의한 선발압력과 같은 부정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이 아니더라도 서류 전형이나 면접보다는 필기시험 결과에 따라 선발하는 채용방식을 선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기에 점수로 줄 세울 수 있는 필기시험을 기준으로 채용해 잡음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 공공기관이 확보한 역량은 블라인드 채용을 성공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순환보직이 인력운영의 핵심논리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임금과 직위가 올라가는 공공기관의 연공서열 인사 역량으로는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각 공공기관이 합리적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의 난이도와 가치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직무 수준에 맞는 합리적인 임금과 보상을 지급하는 조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또 입직단계에서 사회형평적 채용만을 일시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시혜적 채용'일 뿐으로, 또 다른 문제점을 불러온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일시적인 사회 형평 강조로 고졸자가 입사했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이들을 조직의 '고립된 섬'으로 몰아넣는 꼴이라 인력관리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문 인력 중심으로 조직화해 인사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민간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사회형평적 채용을 시혜적 관점에서 확대하도록 하면서 공공기관의 사업성과를 평가하는 정부 정책은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정부 주도가 아니라 개별 고용주체인 공공기관의 사회형평에 대한 자율적인 진정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방침을 지키지 않는 기관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은 정부 주도의통제 중심적 접근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제언했다.




2vs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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