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수십 차례 아이스크림 훔친 60대 항소심서 무죄
법원 "알츠하이머·혈관성 치매로 인지 기능 저하"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편의점에서 수십 차례 아이스크림을 훔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60대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범행 당시 알츠하이머 및 혈관성 치매로 인지 기능이 떨어져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차문호 부장판사)는 30일 절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5)씨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1일 한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냉장고 문을 열고 1천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빼내 훔치는 등 9월 16일까지 모두 85차례에 걸쳐 아이스크림 10만4천900원어치를 훔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수차례 검거됐다가 훈방됐음에도 범행을 계속했고, 체포를 면하려고 피해자에게 상해까지 가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A씨와 변호인은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고,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의 심신 상태에 관한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를 정신 감정한 치료감호소장도 "피고인은 알츠하이머 및 혈관성 치매 환자로, 현재 대부분의 인지능력이 저하됐고 자신의 육체를 스스로 돌보는 기능 장애, 현실 판단력 장애 등 증세를 보인다"며 "심신 상실로 평가할 만하고, 범행 당시에도 현재와 같은 정도의 정신 상태를 보였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정에서 다른 사람의 말은 물론 처한 상황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의 의사도 표현하지 못했다"며 "종합해 보면 인지 기능이 현저히 저하돼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교도소 수감 이후에도 벽지·비누·수세미 등 음식물 이외의 것들을 먹는 등 음식물과 음식물이 아닌 것조차 구분하지 못했다"며 "대·소변 구분, 식사 시간, 호출 벨 작동 이유 등 기본적인 생활수칙이나 교도소 수용규칙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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