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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을 '슈퍼루키'에서 '대세' 이끈 쇼트게임과 '닥공'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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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을 '슈퍼루키'에서 '대세' 이끈 쇼트게임과 '닥공' 자제

경기 전 연습때 퍼트와 샷 줄이고 쇼트게임에 집중

활발한 새 캐디 존스도 경기력에 큰 도움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신인왕을 넘어 상금왕을 넘보는 박성현(24)은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따낸 뒤 지인들에게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박성현은 첫 우승 이전까지 준우승 한번, 3위 한번, 4위 두번 등 신인치곤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워낙 주변의 기대치가 높았기에 빨리 우승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박성현은 US여자오픈에 앞서 치른 4차례 대회에서 꼭 하루씩은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내며 모두 톱10 입상에 실패했다.

그러나 US오픈 1라운드 이후 15차례 라운드에서는 한 번도 오버파 스코어가 없었고 US오픈을 포함해 최근 4차례 대회에서 두번 우승을 포함해 3번이나 6위 이내에 들었다.

주니어 시절에 골프를 가르쳤고 지금도 스승으로 모시는 박성주 코치는 US여자오픈 우승에 앞서 박성현에게는 두 가지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박 코치는 US여자오픈 때 현장에서 박성현의 경기를 지켜봤다.

박성현은 두 가지 변화 덕에 우승 물꼬를 텄고 이제는 애초 미국 진출 때 장기 목표로 삼았던 세계랭킹 1위 자리에도 성큼성큼 다가설 수 있었다.

박성현의 첫 번째 변화는 쇼트게임 연습량이다. 박성현은 늘 쇼트게임 타령을 했다. 쇼트게임 실력이 부족하다는 한탄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정작 쇼트게임 연습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았다.

박성현은 다양한 상황에서 맞이하는 쇼트게임은 실제 라운드를 통해서만 숙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전에는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골프장에 도착해 퍼트와 샷 위주의 연습을 했다. 쇼트게임은 하는 둥 마는 둥이었다. 쇼트게임은 주로 연습 라운드 때 집중적으로 했다.

그러다 박성현은 경기 시작 2시간30분 전에 도착해 1시간 동안 쇼트게임 연습을 했다. 퍼트와 샷 연습 시간은 외려 조금 줄였다. 경기 전 연습 시간에 쇼트게임 비중을 크게 높인 것이다.

쇼트게임 실력은 날로 늘었다. 전에는 띄우기만 하던 걸 낮게 날아가서 그린에 떨어지면 두어 번 튀긴 뒤 멈추는 샷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US여자오픈 최종일 18번홀에서 구사한 구질이다.

전에는 이런 샷을 좀체 시도하지 못했다. 핀을 훌쩍 지나는 이른바 '뻑샷'이나 스핀이 생각보다 많이 먹어 핀 한참 전에 멈추는 일이 많았다.

한국에선 그럭저럭 통했지만 그린 주변 러프가 길고 억센 미국에서는 이런 샷을 구사하지 못하니 파세이브가 곤란했다. 또 파5홀에서 두번째샷을 그린 근처에 갖다놓고도 버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난감한 일이 잦았다.

연습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뒤 58도 웨지로 치는 이 샷 성공률이 부쩍 높아지면서 박성현은 보기가 적어지고 버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파5홀 버디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투어 최정상급 장타력을 지닌 박성현은 웬만한 파5홀에서는 두 번 만에 그린 근처까지 다다른다. 하지만 거기서 핀에 딱 붙는 쇼트게임 실력이 받쳐주지 못해 기대만큼 파5홀 버디가 많지 않았다.

쇼트게임이라는 숙제가 풀리자 박성현의 장타력은 마침내 제 몫을 해내기 시작했다. 쇼트게임이 안정되자 덩달아 퍼트도 자신감이 붙으면서 좋아졌다.

두번째는 공격적이기만 했던 경기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박성현은 한국에서는 5번 아이언이나 6번 아이언을 잡고도 핀을 곧장 겨냥했다.

쇼트아이언을 잡을 때가 아니면 그린 가운데를 겨냥하는 다른 선수들과 사뭇 달랐다.

미국에서도 이런 공격 성향은 여전했다.

그러나 대회가 거듭되면서 실패를 겪은 박성현은 '닥치고 공격'을 자제할 줄 알게 됐다. 버디도 많이 잡았지만 보기가 너무 많았다.

그린을 놓쳐도 그럭저럭 버티던 한국과 달랐다. 핀을 보고 치다가 조금만 빗나가도 여지없이 보기가 나왔다.

박성현은 마음을 바꿔 먹었다. 전매특허 '닥공'을 고집하지 않게 됐다. 박성현은 여전히 공격적이지만 무모한 공격은 이제 접을 줄 안다.

짧은 거리거나 아주 자신 있을 때만 핀을 보고 치기로 했다.

롱아이언으로는 바람이 없거나 빗나가도 큰 위험이 없을 때만 핀을 노렸다.

당연히 보기가 줄었다.

이 모든 변화는 박성현이 실패를 통해 스스로 깨달은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게 중요하다. 박성현은 고집이 세지만 스스로 납득할 땐 생각을 바꿔 먹는다.

박성현은 시즌에 앞서 세계적인 교습가 브라이언 모그를 만났다. 그에게 쇼트게임을 배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모그와 만남은 두 번으로 끝났다. 박성현의 샷을 본 모그가 쇼트게임뿐 아니라 스윙도 다 뜯어고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성주 코치는 콜린 칸과 결별한 뒤 맞은 캐디 데이비스 존스와 호흡도 경기력을 살렸다고 봤다.

내성적인 박성현은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먼저 선수에게 말을 건네는 등 활발한 성격의 캐디와 잘 맞는다.

존스는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박성현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상황에 따라 농담도 곧잘 한다.

시즌 중반을 한참 넘기면서 박성현의 기량이 활짝 피어난 뒤에는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중대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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