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로마, 극심한 가뭄에 제한 급수…"야간 물 공급 축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가 심각한 가뭄을 겪는 가운데 논란을 빚던 수도 로마에서의 제한 급수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로마시 상수도 공급을 책임진 상수도공사(ACEA)는 내달 첫째 주부터 로마 시내와 국제공항이 있는 피우미치노 지역에서 야간 시간대에 상수도 공급 수압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돗물 공급량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강수량이 평년 대비 70%에 그쳐 로마의 상수원이 고갈 위기에 처하자 ACEA는 당초 지난달 말부터 제한 급수를 실시하려 했다.
하지만 무더위 속 제한 급수가 이뤄질 경우 시민 건강이 위협받고, 식당과 호텔 등의 영업이 큰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시 정부와 중앙 정부의 개입으로 당초 계획을 철회, 정상 급수를 유지한다고 물러선 바 있다. ACEA는 그러나 7월 이래 현재까지 비다운 비가 전혀 내리지 않은 데다 노후 수로 보수를 위해 1천300여 건의 작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물 부족 위기를 타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궁여지책으로 야간 수돗물 제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시의 수돗물은 수로 배관의 노후와 오랜 관리 부실로 상수원에서 출발한 물의 무려 40%가 소비자에게 닿기 전에 누수되는 것으로 악명 높다.
ACEA가 계획대로 밤 11시부터 새벽 6시까지 상수도 공급 수압을 줄일 경우 특히 로마 시내 고지대와 고층 거주 가구들은 야간에 물이 거의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벌써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로마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퀴리날레 언덕 주변에 사는 고고학자 안드레아 카란디니는 "11월이면 80세가 되는 오랜 로마 시민이지만 내 기억으론 야간에 물이 나오지 않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며 "이번 일은 근래 들어 가속되는 로마의 쇠락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물 부족뿐 아니라 쓰레기 수거부실, 빈약한 대중교통, 방치된 공원과 가로수 등 각종 문제가 뒤얽혀 최소한의 도시 관리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한 로마시의 현재 상황을 개탄하는 것이다.
한편, 로마를 비롯해 거의 이탈리아 전역이 올해 들어 극심한 가뭄의 직격탄을 맞으며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고온 건조한 날씨 속에 곳곳이 산불로 초토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마 한복판에 있는 바티칸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로 수도꼭지를 잠가 바티칸 곳곳의 분수대의 물줄기가 멈췄으며 로마 시내의 분수대 중 상당수도 가동이 중단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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