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4개사 분할합병안 승인…지주사 전환 첫발 뗐다
10월 초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신동빈 지배체제 강화
롯데 "순환출자 해소하고 경영 투명성·주주가치 제고 기대"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재계 5위 재벌그룹인 롯데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첫발을 뗐다.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그룹의 유통·식품 부문 4개 계열사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회사 분할 및 분할합병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과정으로, 향후 4개 계열사를 투자(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이 중 4개 투자회사를 다시 롯데제과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합병하는 과정을 통해 10월 초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공식 출범한다.
이렇게 탄생하는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자회사 경영평가, 업무 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을 맡는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와 다시 분할·합병 등을 거쳐 완전한 그룹 지주회사 형태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롯데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인해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터라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롯데는 2015년 기준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7월 말 기준 67개까지 줄였으며, 이날 분할합병안 통과로 순환출자 고리는 18개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그룹 전체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되고 롯데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가 상당 부분 희석되는 것도 지주사 체제 전환의 긍정적 효과로 평가된다.
신 회장은 향후 사업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고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 주식 스와프(교환) 과정을 통해 지주회사의 대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주식 스와프를 통해 신 회장이 확보하게 될 지주회사 지분율을 10∼20%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신 회장 측 지분율이 최대 50%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 정대로 연구원은 "롯데 4개사 분할·합병을 통해 설립되는 롯데지주회사에 대한 그룹 특수관계인의 지분 보유 비중은 49.64%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 4개 계열사가 주총을 통해 결의한 회사 분할 및 분할합병안은 주총 특별결의 안건이어서 일부 소액주주들이 반대할 경우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전체 주주 중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안건에 찬성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4개 계열사에 대한 신 회장 측 우호지분이 워낙 견고해 주요 안건은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고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롯데 관계자는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있긴 했지만 이들이 전체 소액주주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지주사 전환이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고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것이 보편적 견해"라고 말했다.
이번 주총의 가장 큰 변수로 꼽혔던 국민연금기금이 일찌감치 롯데 4개사의 분할합병안에 찬성하기로 했던 것도 승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기금은 롯데제과 4.03%, 롯데쇼핑 6.07%, 롯데칠성 10.54%, 롯데푸드 12.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유통·식품 부문 4개 계열사 주총에서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합병 안건에 무사히 통과되면서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계획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일단 유통·식품 부문의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 지은 뒤 그룹의 또다른 축인 화학·관광 부문까지 총망라하는 지주사 체제를 호텔롯데의 상장과 함께 2∼3년 이내에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4개 계열사의 분할 합병안이 무사히 통과된 만큼 투자·사업회사의 인적·물적 분할과 투자회사 합병, 인사 등 향후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회사의 초대 대표는 신 회장과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공동으로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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